[이지훈의 경제이야기] (120) 경기침체, 어떻게 판단하나

입력 : 2022-08-29 00:00 수정 : 2022-09-01 16:04

경기는 확장·정점·침체·저점

4단계 거치며 ‘오르락내리락’

국가 경제는 복잡한 구성물

전문가 집단에서 침체 판단 

GDP가 가장 중요한 요소

‘2분기 연속 하락’ 법칙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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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지금 여러분이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아마 대부분 ‘별로’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단지 부정적인 대답을 하는 사람이 다수라고 해서 현 상황을 쉽게 경기침체(recession)로 단정 짓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경제 통계 가운데 하나인 국내총생산(GDP)만 보더라도 성장률이 둔화하긴 했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진 않았다. 1분기에 0.6%, 2분기에 0.7% 성장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엔 경기침체 징후가 더 뚜렷했다. 2분기 GDP 성장률이 -0.9%를 기록해 1분기(-1.6%)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언론들은 드디어 경기침체가 닥친 것 아니냐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그 며칠 뒤 고용 통계가 발표되면서 경기침체 이야기는 쑥 들어갔다. 7월 고용이 예상을 크게 웃도는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기침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를 말하는가? 그리고 경기침체인지 아닌지는 누가 판단하나? ‘전반적인 경제 활동의 상태’를 뜻하는 경기(景氣)는 파도와 비슷하다. 오르락내리락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경기는 파도와 마찬가지로 4단계를 거친다. 파도가 치솟는 것처럼 경기가 올라가는 상태가 ‘경기확장’이다. 계속 올라가서 언젠가 가장 높은 위치로 치솟는데 그 지점을 ‘경기정점’이라고 한다. 그 뒤부터 경기는 내려오는 파도를 타는데 이것이 바로 ‘경기침체’다. 계속 내려가서 언젠가 가장 낮은 위치로 떨어지는데 이 지점이 ‘경기저점’이다. 그러니 경기가 침체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경기정점이 언제인지 판단하는 것과 같다.

문제는 경기는 파도와 달리 한눈에 쉽게 관찰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 나라 경제는 워낙 복잡한 구성물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그래프로 경기를 묘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는 경기 판단을 전문가 집단에 맡기고 있다. 한국은 통계청의 국가통계위원회, 미국은 비영리 민간 연구소인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한다. 또 경기 판단은 실시간이 아니라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사후적으로 이뤄진다는 특징이 있다.

경기 판단을 하는 데 있어 GDP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할 때 국가와 학자에 따라 기준이 다르지만 대부분 ‘실질 GDP의 2분기 연속 하락’이 경험법칙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공식적인 경기침체 판단은 이밖에 생산·고용·소비·소득 등 여러 통계를 고르게 살핀다. 즉 실질 GDP가 2분기 연속 하락하더라도 경기침체로 판정하지 않는 때도 있다.

현재의 미국 경제를 향후 침체로 판단할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좀더 높아졌다. 고용 상황이 좋았기 때문이다. 또한 실질소득이 1분기에 플러스 성장한 것도 경기 침체와 어울리지 않는다.

파도처럼 경기도 오르면 떨어지는 것이 자연의 순리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유독 요즘 경기침체를 두고 호들갑을 떨까? 경기침체기는 짧아지고 경기확장기는 매우 길어지는 경향이 있어 우리가 경기확장에 너무 익숙해진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미국으로 예를 들어 보면 1945∼2020년 사이 12차례 경기 순환이 있었다. 확장 국면은 평균 64.2개월이었던 반면 수축 국면(경기 침체)은 평균 11.1개월에 불과했다. 특히 2009년 6월 시작한 경기확장은 전미경제연구소가 경기정점으로 판정한 2020년 2월까지 128개월 동안 이어져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다. 그 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침체기에 들어갔지만 그 해 4월까지 불과 2개월 지속했고 곧바로 경기확장기로 다시 진입했다.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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