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10년래 최대폭 상승 경기 살아나며 원자재 수요 증가
우크라 전쟁으로 곡물가격 급등 시중 화폐량 늘고 소비심리 회복
치솟는 물가에 장보기가 겁나고 식당 가는 게 두렵다는 사람이 많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에게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고 국민 피부에 와닿는 문제는 물가 안정”이라고 말한 데서도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지난해 이맘때쯤 ‘이지훈의 경제이야기(본지 2021년 3월31일자 18면 보도)’에서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쓴 적 있다. 당시만 해도 ‘큰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비관론과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팽했는데 결과적으로 비관론자 예측이 적중했다. 올 3월 기준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4.1% 상승해 201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오랫동안 잠잠하던 물가가 다시 치솟는 이유가 뭘까? 물건값이 왜 오르는지 생각해보면 쉽다. 그렇다. 수요와 공급이다. 예를 들어 (전날 TV 프로그램에서 배추가 몸에 좋다는 방송을 해서) 배추를 사려는 사람이 어제보다 갑자기 늘어난다면 배춧값이 오른다.
또한 (비료값이 올라) 배추 재배에 들어가는 비용이 어제보다 급작스레 증가해도 배춧값이 뛴다. 배추 재배농가들이 배추를 예전보다 덜 재배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배추 공급이 줄어 배춧값이 오르는 것이다.
요약하면 어떤 물건의 수요가 늘거나 공급이 줄어들면 물건값이 오른다. 수요가 늘어 물가가 오르면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공급이 줄어 물가가 오르면 ‘공급 견인 인플레이션’이라 한다.
이 신임 총재는 후보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물가가 오르는 이유에 대해 “공급 측 문제가 크게 작용했고, 수요 측은 재정지출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번 물가 상승은 수요 견인과 공급 견인 두가지 성격이 모두 있으며 그 가운데서도 공급 견인 요인이 더 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공급부터 살펴보자. 무엇보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에 직격탄을 날렸다.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원유 등 원자재 수요가 크게 늘었음에도 세계 각국은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 고탄소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축소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다. 수요가 늘어난 만큼 공급이 더 늘어야 하는데 오히려 공급이 줄어 생긴 일이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 핵심 부품 생산이 원활하지 않아 자동차 공급도 줄어 자동차 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적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해 국제 곡물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지면서 곡물 가격도 급등했다.
이번엔 수요 쪽을 살펴보자. 그동안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엄청난 돈을 풀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돈은 결국 어떤 물건이든 사는 데 쓰일 테고 이는 수요를 늘려 물가를 올린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며 사람들이 그동안 자제했던 소비를 갑작스레 늘릴 수 있고 이로 인해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
또한 중앙은행들도 엄청난 양의 돈을 찍었다. 최근 한국 통화량은 2010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물가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통화량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든 상황이 같은데 돈만 많이 찍어도 물가가 오른다. 그 돈은 결국 구매로 이어져 수요를 견인해 물가가 오른다.
이에 더해 사람들의 심리도 영향을 미친다.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면 더 오르기 전에 물건을 사려 할 것이다. 실제로 최근 높은 인플레이션을 예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1년 소비자물가가 4% 이상 오를 것이라고 추측하는 응답자가 지난해 1월 13%에서 올해 3월 27%로 늘었다.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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