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투자자 자금 모아 건물 매입 수익 나면 배당금 나눠주는 방식
현금화 쉽고 예금보다 수익 높아 주식시장 상황따라 손해볼수도
추가적 투자 수단으로 활용해야
“월급 외에 고정수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월급쟁이라면 누구나 한번씩 꿔보는 꿈이다. 친구가 작은 상가를 산 뒤 세를 내준 후 꼬박꼬박 월세를 받는 모습을 보면 그 꿈은 더욱 강렬해진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려면 여러가지 걸림돌이 있다. 우선 좋은 상가를 구매할 목돈이 없다. 만약 돈이 있더라도 좋은 상가를 적당한 값에 사고, 믿을 만한 세입자를 구하고 관리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그냥 꿈으로 끝나버리곤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도 부동산에 투자하고 꼬박꼬박 월세를 받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리츠(REITs)’라는 투자상품이다. 이는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부동산투자신탁’이란 뜻이다.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한 뒤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금 형태로 나눠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내게 여유자금 1000만원이 있다고 하자. 100억원짜리 건물을 사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나 같은 사람 1000명이 모이면 충분히 살 수 있다. 그렇게 사들인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수익은 1000명이 나눠가지면 된다. 주식형 펀드의 부동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투자자 1000명을 모으고 적당한 건물을 매입하고 세입자를 찾고 월세를 받는 일은 누가 할까? ‘리츠 회사’가 한다. 리츠에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리츠 회사 주식을 사면 된다. 리츠 회사 주식을 산다는 건 간접적으로 건물주가 되는 셈이다.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얼마 전 증시에 상장된 <코람코더원리츠>는 서울 영등포구 ‘하나금융투자빌딩’을 기초자산으로 운용하는 리츠다. 이 주식을 한주만 사도 해당 건물의 공동 주인 가운데 한명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주식 한주 가격이 5420원이니(3월29일 기준) 커피 한잔 값에 건물주가 되는 것이다. 이 건물엔 하나금융투자와 한국3M, 인텔코리아 같은 쟁쟁한 임차인이 세 들어 있으니 든든하다.
리츠 투자 대상은 사무용 빌딩에만 머물지 않는다. 상가나 식당 같은 상업용 건물, 호텔, 주택, 물류센터, 주유소 등 투자할 수 있는 부동산 유형은 다양하다. 내가 선호하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 상품을 고르면 된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다면 해외 리츠도 살 수 있다.
투자 수단으로서 리츠는 몇가지 뚜렷한 장점이 있다. 우선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고 원하는 시점에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다. 만일 내가 직접 부동산을 사서 보유하고 있다면 돈이 필요할 때 팔려 해도 매수자를 찾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하지만 상장된 리츠에 투자했다면 언제든 주식시장에서 팔 수 있다. 주식처럼 말이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된 리츠는 모두 19개다.
일반적으로 주식 투자보다 위험이 적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적인 기업 주가는 실적 변화에 따라 기복이 심한 반면 리츠는 안정된 월세수입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실적과 주가 모두 기복이 적다. 또 채권이나 은행 예금과 비교하면 수익률이 높게 나타난다. 부동산 임대수입이 대체로 채권이나 은행 금리보다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상장 리츠 배당수익률은 평균 7.1%였다. 아울러 전문가가 대신 투자해주기 때문에 내가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성이 더 적다. 쉽게 말해 리츠는 주식보다는 마음 편하면서 예금보다는 수익률이 높은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리츠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가격이 늘 변한다는 점을 투자 전 첫번째로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상품이라고 해도 결국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해당 부동산과는 무관하게 주식시장 전반적인 움직임에 따라 오르내릴 수 있다. 리츠가 배당을 많이 해준다 해도 주가 자체가 내가 산 가격보다 떨어진다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또 투자한 부동산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월세와 배당 모두 못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전문가가 대신 운용해준다고 해도 100% 안전할 수는 없다.
달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있다. 리츠를 추가적인 투자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내 재산을 더 안전하게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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