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알리는 좋지않은 신호 물가상승 잡으려 단기금리 인상
미래성장 어려워 장기금리 하락 경기호황 끝날때도 금리차 줄어
앞서 우리는 수익률 곡선이 무엇이며, 일반적으로 그것이 왜 우상향, 즉 오른쪽 위로 올라가는 모양을 띠는지 살펴봤다(본지 2월14일자 18면). 이번에는 수익률 곡선이 때때로 왜 평평해지거나, 보통의 경우와 반대로 우하향하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수익률 곡선이 우상향한다는 말은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앞서 공부한 것처럼 만기가 길수록 오랫동안 돈을 묶어놓아야 하고 돈이 위험에 오래 노출되므로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 금리와 단기 금리는 이밖에 다른 이유로도 변하기 마련이고, 이것이 수익률 곡선에 또 다른 영향을 주게 된다.
우선 단기 금리부터 살펴보자. 단기 금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크게 좌우된다. 한국과 미국의 중앙은행은 둘 다 매년 8차례 기준금리를 정하는데, 이것이 시중의 단기 금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기가 아주 짧은 단기 금리는 중앙은행이 거의 통제할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지 내릴지는 주로 물가를 고려해 결정된다. 경기가 과열 조짐을 보이고 물가가 많이 오르면 기준금리를 올리고, 경기가 위축돼 물가 상승률이 너무 낮으면 기준금리를 내린다.
이번에는 장기 금리를 살펴보자. 장기 금리는 단기 금리와 달리 중앙은행이 통제하기 어렵다. 만기가 10년인 채권을 생각해보자. 중앙은행의 힘이 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10년이란 긴 세월을 중앙은행이 확실히 알 수는 없다. 장기 금리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보다 미래의 경제와 금리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에 좌우된다. 10년 후에 전반적인 금리 수준이 지금보다 상당히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여러분은 지인에게 10년간 돈을 빌려줄 때 그만큼 높은 금리를 추가적으로 요구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 시점에서 장기 금리가 오르게 된다.
그런데 시장 참여자들이 미래 금리를 어떻게 예측할지는 경기 전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람들이 미래 경제를 낙관적으로 본다면 금리도 오른다고 예상할 것이다. 경기가 호황이면 돈을 빌려서 투자하거나 소비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기에 돈의 값인 금리 역시 오른다고 보는 것이다. 반대로 사람들이 미래 경제를 비관적으로 본다면 금리도 내릴 것으로 볼 것이다. 경기가 불황이면 돈을 빌려서 투자하거나 소비하려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높으면 장기 금리가 상승하고, 반대로 비관론이 높으면 장기 금리가 하락한다.
요즘 미국의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진다는 것, 즉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든다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3월초 현재 미국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연 1.85%이고, 2년 만기 금리는 연 1.49%여서 그 차이가 0.36%포인트였다. 이는 2020년 3월 이후 가장 적은 격차다.
이처럼 미국에서 장단기 금리차 축소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단기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반면 장기 금리 상승은 더딘 데 기인한다. 단기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것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미 연준)가 최근 매우 빠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잡고자 긴축정책, 즉 기준금리를 여러 차례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반면 장기 금리 상승이 더딘 것은 미국 경제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진 데 기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평평한 수익률 곡선, 혹은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일반적으로 경제에 좋은 신호는 아니다.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부담에 따른 빠른 단기 금리 상승과 경제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회의가 반영된 더딘 장기 금리 상승이 결합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경제는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높은 경우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인해 지금의 높은 성장률이 지속하기 힘들다.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과거 경제의 장기 성장이 끝날 때도 나타났다. 경기가 100개월 이상 장기 호황을 누렸던 1960년대와 1990년대에도 경기 호황 막바지에 장단기 금리차 축소 현상이 나타났다. 드물게는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가장 최근에는 2019년 8월에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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