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 가상세계 주목 과거보다 현실에 가깝게 구현
경제활동이 실제 세계와 연결
팬데믹 끝나도 메타버스 지속 사무실·학교 등 응용범위 무한
미래엔 또 다른 삶의 터전으로
2021년 12월31일 제야의 종 타종 행사는 현장 대신 메타버스에서 개최됐다. 이용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아바타로 가상 행사장에 참석해 타종을 지켜보고 신년 카운트다운을 했다. 그런가 하면 어느 대학 어느 학과는 메타버스로 종강식을 개최했다. 학생과 교수들이 자신만의 아바타로 가상공간에서 만나 댄스파티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메타버스는 2021년 가장 널리 회자된 단어 중 하나며 우리 생활 속으로 빠르게 침투해 오고 있다. 도대체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Meta)와 ‘세상’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세계를 뜻한다. ‘사람들이 현실의 나를 대리하는 아바타로 살아가며 일상활동과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주로 3D(3차원) 기반의 가상공간’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영화 <매트릭스>나 <아바타> <레디 플레이어 원>을 보면 등장인물들이 헤드셋 같은 특수기기를 착용해 가상세계에 접속하고 나서 아바타로서 활동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메타버스를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런 것이 메타버스라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 아닌가요?”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가상공간에서 활동하는 아바타라면 2000년대 초반 나온 세계 최대 가상현실(VR) 사이트인 ‘세컨드라이프’ 등에 이미 등장한 바 있다. 또한 몇몇 온라인 게임은 이미 독특한 문화와 규칙, 자체적으로 통용되는 화폐 등 발전된 가상세계의 특징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요즘 거론되는 메타버스는 무엇이 다를까? 과거보다 광범위한 의미로 쓰이며, 몇가지 조건을 충족할 것을 전제로 한다.
첫째, 실재감이다. 가상세계가 얼마나 현실에 가깝게 구현될 수 있는가를 나타낸다. 과거의 가상세계가 현실을 그럴듯하게 모사하는 데 그쳤다면, 오늘의 그것은 VR이나 증강현실(AR) 같은 기술을 통해 진짜라고 느낄 만한 실재감을 만들어낸다. VR에서 칼싸움을 하면 내 손에 실제 진동이 느껴지고, 장작불에 손을 가까이하면 열감이 느껴지게 하는 특수장갑도 개발됐다.
둘째, 상호운영성이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서로 연동되는 것을 말한다. 몇년 전 유행한 게임 ‘포켓몬 고’에서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현실의 어떤 장소에 가상의 캐릭터가 나타나는 것이 그 예다.
셋째, 연속성이다. 가상세계에서의 경험이 끊기지 않고 계속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바비인형 아바타 여성이 세컨드라이프에 있는 집에서 나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라는 게임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화장품 회사의 VR 매장에 들어가 디지털 마스카라를 구입하는 식이다(이런 연속성이 성취되려면 메타버스 세계의 여러 기업이 정보를 공개하고 공동의 표준에 합의해야 하므로, 가능할지 미지수기는 하다).
넷째, 경제활동이다. 가상세계도 사람이 활동하는 곳인 만큼 경제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그 활동이 현실세계와도 연결돼야 한다. ‘로블록스’라는 게임에서는 참가자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팔고, 거기서 벌어들인 게임 속 화폐를 실제 화폐로 환전하기도 한다. 메타버스에서의 경제활동은 앞서 공부한 대체불가토큰(NFT)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디지털 음악이나 그림·동영상 등은 가상세계에서 활발히 사용될 수 있는 것들이고, NFT는 그런 디지털 자산에 대해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설명한 메타버스의 조건들이 현재 모두 충족됐다는 것은 결코 아니며, 앞으로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지향성이 거기에 담겨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메타버스 시대를 재촉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다. 현실에서 어려운 접촉이 대리 충족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데믹이 끝나도 메타버스 시대로의 이동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메타버스로 구현되는 사무실·학교·공장·공연·스포츠·정부 등 메타버스의 응용 범위는 무한할 것이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나란히 존재하는 또 하나의 삶의 터전이 될 것이다.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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