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의 경제이야기] (111) 대체불가토큰(NFT)

입력 : 2021-12-06 00:00 수정 : 2022-02-11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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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권과 희소성 인정받은 그림·동영상 등 디지털 자산

일부 작품 비싸게 거래되기도

예술가 등에 큰 도움돼 긍정적 가수들도 불법 복제 걱정 없어

 

독자 여러분은 혹시 대체불가토큰(NFT)이 무슨 뜻인지 아시는지? 영국의 유명 사전 출판사인 웹스터가 올해의 단어로 NFT를 선정했다니 상식으로 알아둘 필요가 있다. 특히 암호화폐·블록체인·메타버스 같은 시대를 선도하는 트렌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미래를 읽으려면 꼭 알아야 할 단어다. NFT란 ‘Non Fungible Token’의 줄임말이며 우리말로는 ‘대체불가토큰’으로 번역된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만일 내가 태블릿PC에 고양이 그림을 그렸다고 하자. 디지털 그림이라 얼마든지 공유와 복제가 가능하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친구들에게 보낼 수도 있다. 자, 이제 이 그림의 진정한 소유자는 누구인가? 원작자인 내가 첫번째 고양이 그림의 소유권과 희소성을 인정받을 순 없을까? 여기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된다. 블록체인이란 거래기록을 안전히 유지하는 기술의 하나로, 불특정 다수가 기록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이 기술을 통해 내가 그린 첫번째 고양이 그림 디지털 파일이 ‘대체가 불가능한’ 원본이고, 내게 소유권이 있음을 증명받을 수 있다. 한편 ‘대체불가토큰’에서 ‘토큰’이란 말은 디지털 파일을 지칭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이 기술을 이용하니 그림·동영상·음악 등 디지털 파일들의 고유성을 쉽게 입증받을 수 있게 됐고, 대중이 이를 의미 있다고 받아들여 구매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년 새 붐이 일어나면서 사람·고양이·원숭이의 디지털 캐릭터나, 유명 농구선수의 15초짜리 덩크슛 동영상, 가상세계의 부동산 따위가 수십만달러에서 수백만달러까지 거래되기 시작했다.

올초 NFT 시장에 획기적인 거래가 터졌다. 비플이라는 디지털 아티스트가 만든 NFT 작품을 세계적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경매로 내놓았는데, 무려 6930만달러(약 820억원)에 낙찰된 것이다. 5000여개의 3D 디지털 이미지들로 구성된 작품인데, 역대 디지털 미술 작품 중 가장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기록을 썼다.

이쯤에서 독자분들이 이런 의문을 가질 것이다. “얼마든지 공유할 수 있고 무한 복제 가능한 디지털 파일을 왜 그렇게 비싼 값을 주고 사는 거지?” 사실 6930만달러에 팔렸다는 디지털 이미지들을 우리는 클릭 몇번으로 쉽게 볼 수 있고, 농구선수의 덩크슛 동영상도 유튜브에서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그 이미지의 디지털 원본을 소유했다는 증명을 얻는 데 왜 그리 비싼 돈을 줘야 하느냐는 것이다.

NFT 옹호론자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복제한 그림이 수백장 있어도 원본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복제된 파일을 가지는 것은 원본 파일을 소유하는 것과 다르지요.” 여러분은 다시 반박할 것이다. “그건 이야기가 다르잖아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걸린 모나리자 원본은 복제본과 분명 다르고 고유의 오라(신령스러운 기운)가 있는 반면 디지털 파일은 원본이나 복제본이나 아무 차이가 없잖아요?”

이 질문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결론은 여전히 나지 않았다. 결국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다. 원본 파일이 복제 파일과 다르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많아지느냐가 NFT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최근 NFT 가격의 수직상승은 암호화폐 가격의 급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NFT 자산의 가장 주요한 구매자 집단은 암호화폐로 큰돈을 번 투자자들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어 암호화폐와 사촌 격이고, 주로 암호화폐로 거래되는 데다 암호화폐의 가치 급등락 위험을 방어해줄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 수단으로 여겨졌다.

NFT 현상의 확실한 긍정적 측면 중 하나는 예술가를 비롯한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큰 힘을 실어준다는 사실이다. 예전엔 신곡을 발표한 가수들이 불법복제를 걱정했다면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불법복제를 하든 말든 원본 파일을 유일무이한 작품으로 인정해 사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또 NFT 덕분에 애플이나 네이버 같은 유통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중과 만날 수 있게 됐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의 벽이 허물어지는 메타버스 세상이 다가올수록 NFT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디지털 음악이나 그림, 동영상 등은 가상 세계에서 활발히 사용될 수 있는 것들이고, NFT는 그런 디지털 자산에 대해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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