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호텔사업 시작한다면
시장을 가격·스타일로 나누고 여러개의 작은 시장으로 구분
내가 뛰어들 ‘표적시장’ 선정
수익·성장성 큰지 고려하고 집중적 마케팅 전략 세워야
앞서 우리는 시장 세분화가 무엇인지 배웠다. “시장을 쪼개니 비로소 시장이 열린다”는 말이 기억나시는지? 이번엔 기업이 시장 세분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하는지 살펴보자.
호텔사업을 시작하려는 독자 한분이 <농민신문>에서 배운 시장 세분화를 적용해보려 한다고 하자. 우선 시장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문제인데, 나누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하다.
먼저 가격대로 나누는 걸 생각해볼 수 있다. 합리적 비용의 대중적 호텔인지, 고가의 럭셔리 호텔인지, 중간 가격대의 호텔인지에 따라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 기준 하나를 더할 수 있다. 호텔의 전반적 스타일이 고전적인지, 현대적인지, 아니면 무난한 중간 정도인지에 따라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사실 어떤 호텔은 중세의 어느 성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반면 또 다른 호텔은 매우 현대적이지 않은가.
자, 이제 이 두가지 기준을 함께 고려한다면 우리는 호텔시장을 9개의 작은 시장으로 쪼갤 수 있다. 종이의 세로축은 호텔의 가격대 ‘고가·중가·저가’의 셋으로 구분하고, 가로축을 호텔의 스타일 ‘고전적·중간·현대적’의 셋으로 구분하면 각각이 만나는 지점에서 9개의 시장이 생겨나는 것이다. 3 곱하기 3은 9이니 말이다. 가장 오른쪽 위는 고가면서 현대적인 호텔이고, 가장 왼쪽 아래는 저가면서 고전적인 호텔이다. 가장 중간에는 가격대가 중가면서 스타일도 무난한 호텔이 자리 잡을 것이다(나머지 6개의 시장은 어떤 것인지 여러분이 직접 생각해보기 바란다).
시장을 나누는 세분화가 끝났으니 이제는 내가 뛰어들 시장을 선택하는 표적시장 선정이 남았다. 여러분은 9개로 쪼갠 시장 중 어떤 곳을 선택하고 싶은가? 여러분이 합리적인 경영자라면 우선 어떤 시장이 수익성과 성장성이 큰지를 고려할 것이다. 또 어떤 시장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문인지도 당연히 생각할 것이다.
예를 들어 홍길동이란 사람은 가격대가 중간이면서 스타일은 현대적인 시장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쪼갠 시장 중 딱 하나만 선택하라는 법은 없다. 호텔사업에 경험이 많고 자금 여력도 있다면 9개 시장 중 둘을 택할 수도 있다. 즉, 앞에서 홍길동씨는 가격대가 저가면서 스타일은 현대적인 시장도 택할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자신이 택한 두개의 시장에 각각 다른 브랜드, 다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개의 시장을 택하면서 같은 브랜드, 같은 전략으로 나간다면 시장 세분화의 의미가 없다.
이처럼 여러개의 세분시장 중에서 하나 혹은 소수 시장을 선택해 공략하는 것을 ‘집중적 마케팅 전략’이라고 한다. 내게 딱 맞는 똘똘한 시장 몇개만 집중적으로 공략한다는 의미다.
자금력과 노하우 모두 매우 풍부한 대기업이라면 한술 더 떠서 9개로 쪼갠 시장 모두, 혹은 대부분을 선택할 수도 있다. ‘스타우드’라는 호텔그룹이 그랬다. 이 그룹은 9개로 나눈 시장 모두에 별도의 호텔 브랜드를 뒀다. 고가면서 현대적인 시장은 ‘W’라는 브랜드로 공략했다. 인테리어를 비롯한 모든 것이 미국 뉴욕의 라이프스타일과 첨단 트렌드를 반영한다. ‘중간 가격-중간 스타일 시장’에는 비즈니스맨을 위한 ‘웨스틴’ 브랜드를 뒀다. ‘중간 가격-고전적 스타일 시장’에는 ‘셰러턴’ 브랜드가 있는데, 주로 가족단위 손님에 맞게 서비스가 구성돼 있다. 또 ‘저가-고전적 스타일 시장’에는 ‘포포인츠’라는 브랜드가 있다. 스타우드그룹은 매리엇그룹에 인수됐지만 호텔 브랜드들은 대부분 살아남았다.
이렇게 다수의 세분시장을 선택해 각기 다른 브랜드와 전략으로 공략하는 것을 ‘차별적 마케팅 전략’이라고 한다. LG생활건강에선 헤어케어시장 하나만 해도 엘라스틴·리엔·오가니스트·실크테라피 등 다양한 브랜드를 두고 있는데, 이 역시 차별적 마케팅 전략의 대표적 사례다.
이런 전략을 펴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짓수가 늘어나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런 전략을 펴는 이유는 하나의 브랜드로는 저마다 다른 고객의 욕구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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