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의 경제이야기] (107)양날의 검, 레버리지

입력 : 2021-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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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려 투자하는 행위 뜻해 

자기자본만으로 투자 때보다 수익률 증폭시키는 효과 발생 

손실도 마찬가지…빚투 주의

 

퀴즈를 하나 풀며 시작하기로 하자. 만일 당신이 10억원으로 아파트를 샀는데 그 아파트값이 1억원 올랐다면 투자수익률은 얼마인가? ‘10억원으로 1억원을 벌었으니 10%지, 뭐 이렇게 쉬운 걸 물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번엔 조금 다른 문제를 풀어보자. 만일 당신이 본인 돈 1억원에 빌린 돈 9억원을 더해 10억원을 만들어 아파트를 샀다고 하자. 이렇게 많이 대출받을 순 없지만 계산의 편의상 이렇게 가정하자. 만일 그 아파트값이 1억원 올랐다면 당신의 투자수익률은 얼마인가?

이번에도 10억원으로 1억원을 벌었으니 10%일까? 아니다. 적어도 진짜 의미 있는 투자수익률이라 할 수 있는 자기자본 수익률 기준으로는 그렇지 않다. 자기자본 수익률은 내 돈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내 돈 1억원으로 1억원을 벌었으니 수익률이 100%가 된다. 누구든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히 자신의 돈이 얼마나 불어나는가이니, 이렇게 자기 돈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자 비용은 계산의 편의상 생략한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것은 돈을 빌려 투자하니 투자수익률이 크게 올라간다는 점이다. 내 돈으로만 투자할 때 10%였던 투자수익률이 돈을 빌려 투자하니 100%로 10배 커졌다.

돈을 빌려 투자하는 행위를 ‘레버리지(Leverage)’라고 표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레버리지는 ‘지렛대’를 뜻한다. 지렛대를 쓰면 작은 힘으로 무거운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돈을 빌려 투자하면 실제 가격 변동률보다 몇배 높은 투자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레버리지라는 말은 비즈니스에서도 쓰이는데,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채를 이용하는 점에선 같다. 기업은 자기 돈만으로 목표를 달성할 순 없어 부채를 지게 된다. 주식회사에서 자기 돈이란 주주들이 낸 돈, 즉 자기자본을 말한다. 이것만으로 기업활동을 하기엔 부족하므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발행해서 파는 등 부채(타인자본)를 이용하게 된다. 그런데 이로 인해 투자수익률이 뻥튀기처럼 커지는 부수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요즘 돈을 빌려 부동산·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유행인데 레버리지와 같은 말이라고 보면 된다. 전문가들은 빚투를 조심하라고 말한다. 얼마 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내 증시가 상승하는 가운데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한 투자 확대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왜 조심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 앞의 퀴즈로 다시 돌아가보자. 만일 당신이 자기 돈 10억원으로 아파트를 샀는데 값이 9억원으로 1억원 떨어졌다면 투자수익률은 -10%가 된다(-1억원/10억원×100).

그런데 만일 본인 돈 1억원에 빌린 돈 9억원을 더해 아파트를 샀다면 투자수익률이 어떻게 될까? 자기자본 수익률 기준으로는 -100%가 된다(-1억원/1억원×100). 이제 그 아파트를 9억원에 팔고 9억원의 대출을 갚고 나면 내 손에 남은 돈은 한푼도 없게 된다.

레버리지는 이처럼 양날의 검과 같다. 레버리지는 이익을 증폭시키지만 손실 역시 증폭시킨다. 지렛대 효과는 내 돈에 비해 남의 돈을 얼마나 많이 빌렸느냐에 좌우된다. 앞의 예에서는 내 돈 1억원에 빌린 돈 9억원을 더해 모두 10억원을 투자자금으로 썼다. 이때 총 투자자금 10억원을 내 돈 1억원으로 나눈 10을 ‘레버리지 비율’이라고 한다. 이 비율이 10이라는 것은, 이익과 손실 모두 10배로 증폭된다는 의미다. 레버리지 비율이 커질수록 부동산·주식 가격이 오를 때 훨씬 큰 돈을 벌 수 있지만, 그것이 내릴 때는 손실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요즘 주식투자자들 사이에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라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것 역시 이익과 손실 모두를 증폭시킨다. 레버리지 ETF는 부채를 이용하거나 파생금융상품을 활용해 특정 자산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때 투자수익률을 키워준다. 예를 들어 에 투자하면 KODEX 200 주가지수가 1% 오를 때 수익률은 그 두배인 2% 오른다.

요즘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선 100배 레버리지로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거래도 이뤄지고 있다. 1억원을 100배 레버리지에 투자했다면 1%만 올라도 1억원을 벌지만, 반대로 1% 떨어지면 투자금 전체를 날린다.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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