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오르면 기업 이윤 줄어 주식 위험 높이고 주가 하락
기업 실적 예상 뛰어넘을 땐 금리 오르더라도 주가 상승
수많은 변수 중에 주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한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일까? 바로 금리일 것이다. 혹은 그 금리를 좌우하는 힘을 가진 중앙은행일 것이다.
전설적인 주식투자자 코스톨라니는 이렇게 말했다. “중앙은행이 일단 금리를 높이기로 했다면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전까지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았다면 그만큼 떨어지는 폭은 커진다.” 그의 말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미 연준)가 언제 금리를 올릴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최근 전세계 주식시장 상황을 잘 설명해준다.
코스톨라니는 이런 말도 했다. “금리가 떨어지면 ‘언제’라든가 ‘그러나’라는 말은 잊고 무조건 주식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항상 반복됐다.”
왜 금리와 주가는 반대로 움직이는 것일까? 크게 세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금리는 미래 금액의 현재 가치를 계산할 때 결정적인 변수기 때문이다. 앞에서 배운 것 기억나시는지? 같은 돈이라도 현재의 돈이 미래의 돈보다 가치 있다. 따라서 미래의 돈은 깎아서 봐야 한다. 얼마만큼 깎을 것인가? 그 기준이 되는 것이 금리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어느 기업이 1년 후 1억원을 버는 것이 확실하다고 하자. 그 가치는 주가에 반영될 텐데, 1억원 전부가 반영되진 않는다. 1년 후 1억원을 지금 기준으로 환산한 현재 가치는 1억원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금리가 5%라면 현재 가치는 5%만큼 깎여 약 95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현명하기에 지금 당장 주가에도 이 9500만원만큼만 반영한다.
만일 금리가 10%라면 더 많이 깎아야 한다. 그래서 1년 후 1억원의 현재 가치는 약 9100만원으로 떨어지고 주가에도 9100만원이 반영된다. 결국 금리가 5%에서 10%로 오르면 기업의 미래 수입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쓰는 할인율도 그만큼 높아져 주가를 직접적으로 깎아내리게 된다.
둘째, 금리가 높아진다는 말은 장차 기업이 투자하기 위해 돈을 빌릴 때 자본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뜻이다. 기업이 같은 돈을 벌어도 더 큰 비용이 나가게 되므로 이윤은 줄어들 것이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이를 주가에 즉각 반영할 것이므로 주가는 내려간다.
셋째,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주식을 예전보다 더 위험한 투자로 생각하게 된다. 은행에 예금하거나 채권에 투자해도 큰 위험 없이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주식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주식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줄어 주가는 내려갈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금리가 오르면 국제시장에 투자된 자금이 미국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선 안전한 미국에서 높은 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는데 굳이 해외에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을 떠날 것이고, 한국 주가도 내려가게 된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금리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그러나 이러한 주가와 금리의 관계는 금리 외에 다른 모든 변수들은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에서만 그런 것이다. 금리 외에 다른 변수들도 변한다면 금리가 오를 때 주가가 함께 오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앞으로 기업이 벌어들일 돈이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크게 늘어난다고 하자. 앞의 예에서 1년 후 1억원을 예상했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어 1년 후 3억원을 벌 것이 확실시된다면 금리가 5%에서 10%로 오르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래 수입 자체가 워낙 크기에 할인율이 좀 오른다 해도 미래 수입의 현재 가치는 크게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1년 후 미래 수입이 3억원이라면 금리가 10%라 해도 그 현재 가치가 약 2억7000만원에 달한다. 즉, 경기가 좋아져 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예상을 뛰어넘는다면, 시중금리가 오른다 해도 주가는 얼마든지 오를 수 있다. 실제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2015년 후반부터 2019년 중반까지 계속 올렸음에도 미국 주가는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금리와 기업 실적을 함께 살펴야 한다. 어느 쪽의 힘이 더 강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앞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는 금리 상승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지훈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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