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주식·부동산 큰 영향 5월 들어 세계적 관심사 급부상
대표적 통계 ‘소비자물가지수’ 460품목에 가중치 반영 산출
값 기복 심한 품목 제외하거나 생산 단계별 가격 변동 측정법도
인플레이션이 전세계인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구글에서 특정단어 검색 횟수 추이를 ‘구글 트렌드’라는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데, 한국에서 ‘인플레이션’으로 검색한 횟수가 5월 들어 급격히 치솟아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더 뚜렷해서 5월에 영어 ‘인플레이션’으로 검색한 횟수가 2004년 이 사이트 개설 이후 가장 높다.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을 많이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월 물가가 많이 올랐다. 미국 4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4.2% 급등해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한국도 2.3% 올라 29개월 만에 한국은행 물가관리 목표치(2%)를 웃돌았다.
인플레이션은 물가의 전반적이고 지속적인 상승으로 정의되며, 한두달 물가가 오른다고 인플레이션이라고 하진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풀린 천문학적 자금으로 급격한 경기 회복에 따른 소비 분출이 겹칠 경우 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구글에서 인플레이션을 검색한 사람 중 상당수는 인플레이션이 가시화할 경우 이를 막기 위해 통화당국이 금리를 올리는 등 긴축 정책을 펼 것을 가장 많이 걱정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물론 한국과 미국의 통화당국은 4월 물가 상승률이 높은 것이 지난해 4월 물가가 코로나19로 워낙 낮았던 데 따른 반사효과(전문용어로 ‘기저효과’라고 한다) 때문이라며 조기 긴축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적을 알아야 싸워 이길 수 있는 법. 이번 호에선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는 어떻게 측정되며, 그 종류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물가가 어떻게 변하는지 측정하기 위해 정부는 상당한 행정력을 투입한다. 가장 대표적인 물가 통계인 소비자물가지수 조사의 경우 148명의 통계청 조사원이 매달 한번 전국 38개 도시에서 표본으로 선정된 약 2만5000개 소매점과 서비스업체의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조사하고, 1만800개 전·월세 가구의 집세를 조사한다.
모든 품목을 다 조사할 순 없기에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많이 소비하는 460개 품목을 추려 가격을 조사한다. 조사한 뒤엔 평균을 내는데, 단순 평균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소비하는 품목의 가격을 더 많이 반영하는 방식으로 한다.
예를 들어 요즘 사람들이 치킨을 자장면보다 많이 사먹기 때문에 자장면 가격을 1로 반영한다면, 치킨 가격은 3.2를 반영한다. 한편 물가지수엔 이용료나 학원비·택시요금 등 서비스 가격도 포함된다.
이렇게 산정된 소비자물가는 460개로 구성된 물건과 서비스 꾸러미를 사는 데 필요한 생계비라고 볼 수 있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39였다. 이는 기준연도인 2015년 460개 물건·서비스 꾸러미를 사는 데 100이 들었다면, 지금은 똑같은 꾸러미를 사는 데 107.39가 쓰였다는 이야기다. 2015년 이후 물가가 7.39% 오른 셈이다.
흔히 물가는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한다(전문용어로 ‘전년동월비’라고 한다). 물가는 계절성이 있기에 비슷한 시기의 물가를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5였다. 올 4월은 107.39이기에 2.3% 오른 셈이다. 뉴스에 “4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비 2.3% 올랐다”고 난 데는 이런 계산이 숨어 있다.
물가지수 계산에 포함되는 어떤 품목은 가격 기복이 매우 심하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농산물은 가뭄이나 장마 같은 기상 조건에 따라, 휘발유는 국제유가 변동에 따라 가격이 급변한다. 물가의 장기적이고 기초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이처럼 일시적인 외부 충격에 의해 물가 변동이 심한 식료품이나 에너지 관련 품목을 제외한 물가를 별도로 계산하는데, 이를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 혹은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라고 한다. 매일 체중을 재는 어떤 사람이 단식원에 들어가 갑자기 체중이 뚝 떨어졌을 때를 제외하고 체중 그래프를 그려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가를 어느 단계에서 파악하느냐에 따라 물가지수는 여러 가지로 산출되는데, 생산자물가지수는 생산자(기업)가 출하단계에서 거래하는 공장도 가격의 변동을 측정한다.
이지훈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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