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후의 팔팔구구] 인생은 착각의 연속이다

입력 : 2022-12-21 00:00 수정 : 2023-01-11 20:16

철학자 니체 “신은 죽었다”

신본주의 시대 강한 충격

‘있다’ ‘없다’ 이분법 사고

두 주장 중 하나는 ‘착각’

생활속 소소한 지각 오류

“내기억은 완벽” 되레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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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삶은 복잡다단해서 쉽게 규정짓기 어렵다. 개인에 따라 경험이 다르고 적응 방식이 다르기에 한사람의 인생이 모든 사람을 대변할 수 없다. 누가 먼저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인생을 살아놓고 보니 모두 착각이었더라’는 말이 요즘 들어 더 깊이 와닿는다. 인간의 삶이 모두 착각이라면 대체 우리가 경험한 것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장님이 코끼리 다리만 만져보고 전체를 다 안다고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착각’이라는 글을 쓰려다보니 제일 먼저 떠오르는 독일 철학자가 있다. 바로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년)다. 의학을 전공한 이로써 철학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으니 이쪽 분야는 문외한이다. 그래도 ‘신은 죽었다’고 외친 니체의 명언 정도는 안다. 워낙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는지라 철학을 공부하지 않은 이도 많이 들어봤을 게다.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니체는 철저한 기독교 사회에서 자랐다. 더구나 그는 목회자의 아들로 태어나 기독교식 교육을 받았다. 그런 그가 철학자가 된 이후 왜 ‘신은 죽었다’는 사자후를 토해냈을까.

그가 살던 당시는 신본주의, 즉 신의 뜻에 따라 정치와 경제가 좌우되던 시대였다. ‘신의 종말’을 선언한 그의 발언이 얼마나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을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그가 죽은 지 100년이 넘었건만 ‘신은 존재한다’와 ‘신은 없다’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이에 대한 답변은 내놓지 못하겠으나 한가지 확실한 사실이 있다. 바로 두 주장 가운데 하나는 착각이라는 것이다. 내가 착각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며 니체를 연상한 것도 이런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비롯된 것일까.

신은 살아 있고, 전능한 힘을 발휘한다는 그의 믿음이 어떠한 계기로 바뀌게 됐을까. 니체는 수십·수백일 아니 몇년간 ‘신이 있느냐, 없느냐, 둘다 아니라면 원래 있었는데 사라졌느냐’라는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것이다. ‘신은 죽었다’고 결론을 내렸다면 ‘신이 살아 있다’고 굳게 믿고 살았던 그의 과거는 착각이라는 테두리 안에 갇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니체는 말년에 빈번하게 신은 죽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자신이 오랫동안 착각에 빠졌음을 고백한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조차 착각일지도 모르겠다.

일상생활에서 소소한 착각들로 시간을 축적하는 우리 같은 범인에게 니체의 말 한마디는 큰 울림을 준다. 사전을 찾아보면 착각이란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느끼거나 지각함’을 뜻한다.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착각을 좀더 구체적으로 정한다.

인간은 모든 사물이나 사실을 오관, 즉 눈·혀·귀·코·피부로 자극을 받아들여 대뇌로 옮긴 후 저장한다. 이 과정에서 감각기관이 대상을 올바르게 지각하지 못하고 잘못 해석해 대뇌에 저장할 수 있다. 태생적으로 오관 자체가 약할 수도 있고, 병리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또 회상하는 과정에서 잘못 해석해 오류가 생길 수도 있다.

환각이라는 개념도 살펴보면, 대상물이 없는데도 실제 대상물이 있는 것처럼 지각하는 것이다. 착각이란 대상을 잘못 해석해서 지각하는 것이라면 환각은 대상 자체가 없는데 있는 것처럼 여긴다는 것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착각과 환각 모두 병리적인 현상으로 본다. 착각이나 환각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어떤 사실을 두고 착각이 일어나, 언행에 실수가 있었다해도 지나치게 자책할 필요는 없다. 다만 ‘내가 착각할 리 없어, 내 기억은 완벽해’라고 매순간 확신에 차 있다면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멀리해야 한다.

이근후 (이화여대 의과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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