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사랑의 기술-애마지도(愛馬之道)

입력 : 2022-08-26 00:00

아끼던 대상이 나를 원망한다면

그것보다 더 가슴아픈 일은 없어

애정의 방식과 행동 고민해봐야

상대방 마음 살피지 않으면 헛일

사랑은 타인이 잘되기 바라는것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대상이 사랑을 알아주기는커녕 나를 원망한다면 그것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이 없을 것이다. 내가 쏟은 사랑과 정성을 왜 몰라주고 오히려 나를 원망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될 수도 있다. 온 정성을 다해 금지옥엽 키운 자식이 부모를 원망하며 대들어 부모와 자식간에 넘어서는 안될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도 있고, 최선을 다해 신의를 지키며 사귀었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등을 돌리는 일도 있다.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사람이 그 사랑에 상처받았다며 원망하는 예도 있고, 심지어 정성을 다해 키운 농작물이 수확할 시기가 됐을 때 기대와 다르게 부실하게 자라 수확할 수 없게 되는 황당한 일도 있다.

도대체 왜 나는 최선을 다해 아끼고 사랑했지만 상대는 그것을 몰라주고 나를 원망하며 상처를 주는 것일까? 중국 전국시대 철학자 장자는 내가 한 사랑의 방식에 문제는 없는지 먼저 돌아보라고 말한다. 나는 사랑이라 생각했지만 상대는 그 사랑이 자기를 힘들게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키우는 말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육사가 있었다. 그는 말똥을 광주리에 직접 받아내고 말의 오줌을 큰 조개껍데기로 만든 귀한 그릇에 담아 처리할 정도로 모든 애정을 쏟았다. 매일같이 말의 털을 빗겨주고 좋은 사료로 말의 배를 채워줬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사랑하는 말의 등에 파리가 한마리 앉아서 말을 괴롭히는 것을 보게 됐다. 그는 손바닥으로 세게 쳐서 파리를 잡았다. 그런데 말은 사육사가 자신을 때린다고 생각하여 깜짝 놀라 뒷발로 사육사의 갈비뼈를 찼다. 결국 사육사는 비극을 맞이하게 됐다. 사육사가 사랑해서 한 행동이 말에게는 상처가 된 것이다.

장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육사가 말을 사랑하는 뜻(意)은 지극(至)하였다(意有所至·의유소지). 그러나 사랑(愛)의 방식에 문제(亡)가 있었다(愛有所亡·애유소망). 그러니 사랑을 할 때는 신중(愼)하게 고민하고 해야 한다(可不愼邪·가불신야).” 사육사 의도는 말을 괴롭히는 파리를 잡으려는 것이었지만 말 입장에서는 자신을 때린 행위로 받아들인 것이다. 물론 사육사 의도를 제대로 알지 못한 말에게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사육사는 자신이 말을 사랑하는 방식과 행동에 대하여 고민해봤어야 했다. 사랑이 아무리 지극하더라도 상대방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오직 나만의 방법으로 표현한다면 상대방에게 사랑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가 자식 잘되라고 헌신적으로 공부를 시켰지만 자식은 엄마 때문에 학창시절 친구와 사귈 시간이 없었다고 원망하기도 한다. 국민을 위한 좋은 정책을 만들어 시행했지만 국민은 쓸데없는 규제를 만들었다고 불만을 느끼기도 한다. 친구를 위해 한 조언이 오히려 친구 마음에 상처를 남긴다.

세상은 내 선한 의도가 상대방에게 잘못 전달되면 악의가 되기도 한다. 상대방 처지에서 돌아보지 못해서 발생되는 문제다.

공자는 사랑(愛)에 대한 정의를 상대방이 잘 살기(生)를 바라는(欲)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참 많은 관계를 맺으며 인생을 살아간다. 관계의 핵심은 공자가 말했듯이 상대가 잘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랑은 주는 사람의 입장도 중요하지만 받는 사람의 입장을 더욱 고려해야 한다.

가을이 시작되는 요즘, 내 주변 관계를 돌아보며 내가 주고 있는 사랑 방식이 과연 상대방에게도 옳은지 한번쯤 고민해보는 것도 가을에 꼭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

QR코드를 찍으면 소리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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