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뜰] 무위(無爲)와 자연(自然)의 이중주

입력 : 2022-07-29 00:00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두는 태도

무위는 할수 있는데 안하는 것

‘무위자연’이란 간섭하지 않고

자율적 성장을 지켜봐주는 것

인간도 ‘우주의 원리’ 본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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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말, ‘자연(自然)’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칭찬은 자연스럽다는 말이다. 자연 속에 살고 싶어 도시를 떠나 전원으로 이사하기도 하고, 양식이 아닌 자연산 먹거리를 대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여름휴가는 자연휴양림에서 보내고 싶어 하고, 자연 미인이 성형 미인보다 훨씬 높은 아름다움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인식된다. 어느덧 자연이란 단어는 ‘참 좋은 그 무엇’으로 우리 가슴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자연’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않은 그 무엇’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미래 인류의 모습이라고 해도, 자연이란 말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높은 가치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연이 도시를 떠나 산속에서 문명을 등지고 살거나, 아무런 가공이 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일까? 원시시대로 돌아가면 우리는 더욱 자연에 합치되는 삶을 사는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도시와 문명의 상대적 개념으로서 자연에 대한 오해가 있다. 자연은 ‘저 푸른 초원과 강산’이라는 자연생태계란 뜻도 있지만 간섭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버려둔다는 삶의 태도로서 의미가 더 강하다.

‘자연’의 어원을 따라가다보면 <노자도덕경>을 만나게 된다. ‘도법자연(道法自然)’, 도는 자연을 본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사람(人)=도(道)=자연(自然)’이라는 등식은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목표다. ‘인간은 땅을 본받고(人法地), 땅은 하늘을 본받고(地法天), 하늘은 도를 본받고(天法道),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道法自然).’ 노자의 이 구절은 인간의 삶은 자연에 근거해야 한다는 동양철학의 큰 화두다. 인간과 자연의 합일은 동양 사회에서 인간이 쉬지 않고 성찰해야 할 인생의 목표기도 하다.

어떻게 사는 인생이 가장 자연에 부합되는 인생일까? 노자의 대답은 무위(無爲)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할 수 있어도 하지(爲) 않는다(無)는 의미다. 농약을 주고 유전자를 변형해 더욱 많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어도 하지 않는 것이 무위다. 할 수 없어서 하지 않는 것과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비록 소출은 적고 손해가 나더라도 친환경 유기농법을 고집스럽게 지켜나가는 농사가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농사법이다. 간섭하고 지시할 수 있지만,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는 자식 교육법이 무위자연의 교육 방법이다. 국민의 삶에 권위와 규제로 끼어들지 않고 최대한 개인의 자유와 자율을 존중해주는 정치가 무위자연의 정치다. 그런데 무위자연의 결과는 놀랍다. 유기농 농산물은 더욱 비싼 값에 귀하게 팔리고, 자율로 성장한 아이는 더욱 창의적인 인재가 되고, 자율의 정치는 높은 수준의 국가 경쟁력을 만들어낸다. 무위자연은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높은 성과를 만들어낸다.

강제와 강요와 규제와 지시는 자연에 위배되는 단어다. 자율과 자주와 주도와 스스로는 자연과 짝이 맞는 단어다. 우주는 누가 시키지(爲) 않아도(無) 스스로(自) 그렇게(然) 운행되는 존재다. 그 안에 사는 인간도 이런 우주의 무위자연의 원리를 본받고 따라야 한다. 그것이 인간과 우주가 하나 되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경지다.

내 안에 반자연(反自然)의 모습을 성찰해본다. 함부로 타인의 인생을 내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지적하고 훈계하고 지시하는 데 익숙해 있지는 않은지, 한여름 별빛 아래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보며 무심히 물어보는 질문이다. 무위와 자연의 이중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주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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