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메리카 대륙 인디언
옥수수·콩·호박 함께 재배
서로 성장 돕는 ‘상생’ 농법
가장 완전한 승리는 ‘부전승’
싸움없이 모두가 목적 이뤄
승리보다 함께 사는 것 중요
강원도의 여름은 옥수수가 대세다. 논을 제외한 모든 밭에서 옥수수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농부는 더위를 피해 새벽에 옥수수를 수확하고, 수확한 옥수수는 그날이 지나기 전에 전국으로 흩어지거나 길가 노점에 깔린다. 동막리에서 모곡리에 이르는 짧은 도로만 해도 옥수수 노점 14곳이 암묵적인 거리 제한 규칙을 지키며 들어서고, 가마솥에서 목욕재계가 끝난 옥수수들은 비닐봉지 속에서 서로를 꼭 껴안아 체온을 유지하며 옥수수 킬러를 기다리고 있다. 동막리의 한여름은 옥수수로 시작해서 옥수수로 끝난다.
옥수수는 한자어로 옥미(玉米)라고 부른다. 옥수수 알이 옥(玉)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다. 옥수수의 고어는 옥촉서(玉蜀黍)다. <훈몽자회>는 옥수수를 옥촉서라 기재했고 정약용의 <경세유표>는 좋은 곡식으로 옥수수를 꼽고 있다. 촉서(蜀黍)는 수수의 한자어로 중국어 발음은 ‘슈슈’다. 우리가 ‘옥수수’라고 부르는 것은 옥촉서의 중국어 발음 ‘위슈슈’에서 온 것이다. 옥은 한글 발음 그대로, 수수는 중국어 발음을 차용한 것이다.
괴산 대학옥수수는 대학교수가 종자를 만들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고 요즘 유행하는 초당(超糖)옥수수는 일반 옥수수를 훨씬 초월하는 당분이 들었다는 뜻으로 일본에서 만든 종자다. 한여름에 옥수수는 농부에게 요긴한 자금줄이고 마니아에게는 요긴한 요깃거리다.
옥수수 원산지는 남아메리카다. 콜럼버스가 쿠바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나는 옥수수를 유럽에 알렸고 17세기 무렵 유럽을 통해 동양으로 전해졌다. 옥수수 최대 생산국은 미국이지만 최대 수입국은 일본이고 대한민국이 2위다. 옥수수는 식용이나 가축 사료용뿐 아니라 산업용과 식품용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심지어 우표 뒷면이 옥수수 전분으로 코팅돼 있으니 우리 일상은 옥수수와 떼려야 뗄 수 없다.
마야인 전설에 따르면 신이 인간을 옥수수로 창조했다고 하니 옥수수는 어쩌면 인간보다 먼저 존재한 식물이다.
중앙아메리카 인디언의 옥수수 재배는 ‘세 자매 농업 전략’을 사용한다고 한다. 옥수수·콩·호박을 함께 재배해 서로를 돕게 하는 농업 전략이다. 옥수수는 엄청난 질소를 소비하는데 콩이 뿌리에 머금은 질소로 옥수수 성장에 도움을 준다. 대신 콩은 옥수숫대에 의지해 하늘로 줄기를 뻗는다. 호박은 잎으로 땅을 덮어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고 장마 때는 흙의 유실을 막고 수분을 유지해준다. 옥수수의 튼튼한 줄기는 호박 넝쿨이 의지하는 기둥이 된다. 옥수수 잎은 그늘을 드리워 콩이 자라기 적당한 조건을 만들어준다. 정말 감동적인 세 자매의 상생(相生)과 전승(全勝)의 생존 전략이다.
<손자병법>에서 가장 위대한 승리는 전승(全勝)이다. 전승은 완전한 승리다. 완전한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부전승(不戰勝)이다. 싸우지 않고 상처 없이 모두가 자기 목적을 이루는 것이 가장 위대한 승리라는 것이다. <손자병법>에서는 백전백승(百戰百勝)을 위대한 승리라고 하지 않는다. 내 병사들은 모두 죽고, 상대방을 가슴 아프게 하고, 내 주변을 모두 힘들게 해놓고 백전백승한다고 한들 그것은 아름다운 승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환경·사회·구성원이 상생하자는 전승(全勝) 전략이다.
옥수수 세 자매와 환경 세 형제, 이기는 것보다 함께 사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진리를 한여름 옥수수에서 배워본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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