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고려인삼 세계화를 위한 디딤돌, 세계인삼엑스포

입력 : 2022-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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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30일부터 10월23일까지 경북 영주에서 ‘풍기세계인삼엑스포’가 열린다. 지난 2006년 이후 충남 금산에서 세차례 열렸고 지난해는 경남 함양에서 ‘세계산삼엑스포’가 개최됐으니 벌써 다섯번째 행사다. 엑스포를 여는 목적이 고려인삼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시장을 개척해 인삼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다보니 한정된 자원과 역량으로 인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삼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대표 농산물이지만 근래 해외 진출이 지지부진하고 소비도 줄고 있다. 2010년 1인당 연간 0.43㎏까지 갔던 소비가 2020년엔 0.38㎏으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수출도 6350t에서 4442t으로 줄었다. 생산비는 오르는데 가격이 떨어지니 지난해 인삼밭을 갈아엎는 소동이 있었는가 하면 올해는 파삼값이 예년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2000년 중반 필자는 ‘세계인삼산업의 변화추세와 대응과제’라는 글에서 인삼생산시스템과 유통구조 개선, 수출 증대, 관련 제도와 추진 체계를 정비해 ‘고품질-고급 인삼제품의 생산과 차별적 유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후 2011년 금산엑스포 정책토론회에서 지역별로 열리는 인삼축제가 역량을 분산시킬 수 있으니 연계해서 같이하자는 제안을 했다. 또 2016년 인삼 주산지 시장·군수가 모여 ‘고려인삼협의회’를 조직하고 이듬해 금산세계인삼엑스포에서 ‘세계인삼도시연맹’을 결성하는 등 역량을 모아 세계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힘썼던 기억이 새롭다.

세계인삼엑스포에 과학자와 구매자를 초청해 인삼의 약리적 효능 정보를 교류하고 신기술과 제품을 전시해 교역하는 장을 마련하면 인삼산업을 활성화하고 종주국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한국담배인삼공사 민영화 이후 산업을 이끌 뚜렷한 주체가 없다보니 연구개발과 시장 개척, 인삼축제까지 지방자치단체별로 제각기 대응하는 실정이다.

세계시장에서 인삼 수입은 주로 홍콩(44%)·중국(13%)·일본(12%) 등에서 이뤄지는데 가장 큰 홍콩시장의 경우 화기삼이 84%로 대부분 캐나다에서 수입한다. 2018년 홍콩의 인삼 수입 약 2억달러 가운데 한국산은 겨우 2555만달러로 비싼 가격 때문에 구매를 꺼린다고 한다. 주요 생산국인 중국이 재배·가공 방법의 개선과 유통개혁을 통해 ‘장백산인삼’ 브랜드를 고급화하고, 캐나다와 미국이 열을 내린다는 화기삼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인삼산업의 세계화에 대한 국가적 전략 없이 농림축산식품부(인삼)·산양삼(산림청)·인삼제품(식약처)을 따로 관리하고 있어 대응에 한계가 있다.

고령인구의 증가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세계 인삼시장은 (2022년 80억달러에서) 연평균 11%씩 성장해 2026년에는 117억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연구개발 결과와 고려인삼의 명성, 마케팅 역량을 합하면 인삼산업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려인삼의 세계화를 위해 보다 큰 목표,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인삼계가 함께 참여하는 국가 차원의 세계인삼엑스포를 정례화하면 어떨까. 즉 인삼엑스포를 주민 대상의 동네축제가 아니라 세계인의 건강 증진과 인삼산업 발전을 위해 효능·규격·안전성 정보를 공유하고, 신기술과 상품을 교류하는 국제적 산업박람회로 키워보자는 것이다.

주세붕 선생이 공납으로 힘들어하는 백성의 걱정을 덜기 위해 인삼 경작을 시작했다는 풍기에서 열리는 인삼엑스포가 침체된 인삼산업을 활성화하고 세계로 나아가는 또 다른 시작이 되기를 기원한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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