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과제 제시하며 윤정부 출범 기존사업 확대·민원성 공약 나열
국민공감 얻어 지속 추진하려면 정책 타당성·공공성 등 확보를
역할·추진체계 전면 재검토하고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 결집해야
5월이다. 아직 아침저녁으로는 찬 기운이 남았지만 산과 들의 녹음이 짙어가고 사원제(思源齊) 추녀에 제비들이 둥지를 틀고 분주히 날아든다. 매화와 라일락이 눈길을 끌던 마당에 핀 모란꽃이 떨어지고 이젠 그 자리는 장미가 물려받게 될 것이다. 봄은 씨앗을 뿌리는 농사꾼부터 결혼을 앞둔 신부까지 손꼽아 기다리는 계절이지만 오래 머물지 않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서두를 때기도 하다.
10일 윤석열 새 정부가 출범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비전 아래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따뜻한 동행, 국민 모두가 행복한 나라 ▲자율과 창의로 만드는 담대한 미래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 등 6대 국정목표를 정했다. 이를 달성하고자 20가지 국정전략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110개 국정과제, 521개 실천과제를 발표했다.
농업·농촌 분야에선 ‘살고 싶은 농산어촌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고 ▲농산촌 지원강화와 성장환경 조성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 ▲식량주권 확보와 농가경영 안정강화란 국정과제를 내놓았다. 여기에는 농업직불제 관련 예산을 5조원 수준으로 확대해 선택적 직불제를 확충한다든지 재해복구비 현실화와 후계농에 대한 상속세 공제 상향 등을 통한 청년농 3만명을 육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스마트팜 확산, 수출 유망식품 발굴과 한류 마케팅으로 식품산업 육성, 우량농지 보존과 기초식량 자급 기반 확충, 민간기업의 해외 곡물망 확보 등이 망라돼 있다. 그런데 이는 기존 사업을 확대하거나 선거 과정에서 나온 민원성 공약이 열거된 것으로, 절박한 우리 농업·농촌을 살리고 주민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공약사항이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것저것을 포함해 과제수가 많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새 정부는 미래와 지방시대, 민간 주도의 시장질서를 강조하고 있지만 국정과제 자체로는 기존 정책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농업·농촌이 처한 위기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개혁 의지를 짐작하기 쉽지 않다.
정책이란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사용하는 수단이다. 좋은 정책은 바람직한 미래상과 발전 방향성, 현실적 제약 속에서 능률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행동 노선, 정책 의지, 제도와 자원의 뒷받침 등으로 구성된다. 정책에는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정책을 평가할 때는 목표의 타당성과 계획 내용의 충실성은 물론 시행 과정의 효율성과 적절성, 목표의 달성도와 효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농정도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관의 실현, 국내외 여건 변화에 합치되는 미래지향성, 그리고 높은 공공성이 확보해야만 국민의 공감을 얻어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제 정부가 갖춰지면 부처별로 국정과제 해결을 위한 세부적인 추진계획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때 정책 효과를 높이려면 정부 역할과 추진 체계, 일하는 방식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관계자의 공감과 참여를 얻기 위해 정책 취지와 내용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일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국민이 모르는 정책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지 않던가. 한정된 자원으로 성과를 얻으려면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많은 과제를 안고 봄에 출범하는 새 정부에게 더 큰 책임과 용기를 가지고 맞서라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게시판 관리기준?
-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 농민신문
- 페이스북
- 네이버블로그
-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