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농어촌 특화발전 위해 이장·통장 특별업무·수당 약속
제도적 역할·책임 명확지 않아성품·역량따라 업무방식 각각
소멸하는 농촌마을 살리려면 법적 지위·권한 등 규정해야
마을이장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농산어촌의 특화발전을 위해 이장·통장에게 지역자원 조사지원, 주민의견 수렴, 특화마을 만들기 주도 등 역할을 부여하고 특별수당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국 이장 3만7723명, 통장 6만2119명에게 각각 20만원·10만원씩 수당을 지원하면 대략 1650억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마을은 주민들과 만나는 최일선 지방행정조직인 읍·면 단위 하부조직으로서 각종 시책의 출발점인 동시에 종착점이기 때문에 국민과 소통이나 정책 수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을은 또 주민들의 공동 관심사를 논의하고 지혜를 모아 실행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 주민자치조직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천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마을이장은 주민조직의 대표이자 민방위대장·영농회장, 그리고 면장의 업무 수행을 보좌하는 기관으로서 행정기관과 주민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장의 업무는 주민의견을 수렴해 행정기관에 반영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업무 처리, 주민간 화합·단결과 이해 조정, 주민등록·전입 신고와 복지지원 대상자 확인, 지역개발과 같은 정부사업의 추진 협조는 물론 각종 농자재 수요 파악과 공급, 각종 회의와 행사 참석 등 다양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이장을 ‘소통령’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말에는 행정체계상 주민과 접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일이 많다는 의미와 함께, 제도적으로 이장의 역할·책임·권한이 명확하게 설정돼 있지 않아서 개개인 성품과 역량에 따라 업무 방식이 다르고 자칫 원칙이 무너지면 제멋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을은 주민들의 주거공간이자 생산공간이고 지역공동체의 거점으로 주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농촌은 고령자가 많은 데다 주거지와 농경지가 혼재돼 있다. 그야말로 삶의 근간이자 일터고 쉼터기에 이장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마을에선 농업용수 관리 등 힘든 작업을 같이하고 명절에는 주민들이 함께 여흥을 즐기는 가운데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고 농촌의 전통문화와 미풍양속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지금의 농촌마을은 규범과 공동체는 무너지고 보기 흉한 슬레이트 지붕과 빈집에 무질서한 주차, 여기저기 방치된 농기계며 퇴비 더미가 쌓여 있다. 그리고 연로한 주민과 독거노인 등 걱정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다.
지난해 228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소멸위험지역이 106개(46.5%)나 된다. 대부분 농촌마을이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장에 대한 처우 개선과 함께 주민들의 생활공간이자 자치조직으로서 마을 실태와 문제를 파악하고 전통적인 마을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비전과 발전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마을의 인구구조와 주거환경, 생활서비스이용 등 기초 통계를 확립해야 한다.
또한 이장·통장의 임명 근거를 지방자치법으로 상향하고 선임·해임, 업무와 수당 등을 조례로 명문화하는 등 이장·통장의 법적 지위와 권한과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업무 내용과 수행 방법을 표준화하여 업무 효율을 높이고 불필요한 갈등을 줄여야 한다. 충북 옥천군 동이면에서는 몇해 전부터 ‘마을이장 매뉴얼’을 만들고 ‘좋은 이장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마침 특화발전이라는 새로운 임무를 이장에게 부여한다니 차제에 이장·통장에 대한 체계적이고 실효성 있는 교육훈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처우 개선과 함께 마을 실태를 점검하고 해야 할 일을 구체화해 책임감을 느끼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농촌을 살려보자는 것이다. 이장이 잘해야 마을이 살고, 마을이 살아야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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