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분야 투자확대 위해서는 국민적 이해·공감대 형성해야
정교한 정책과 체계 변화 필요
정해둔 공약만 이행하기보다 장래 걱정하며 일자리 늘리고
청년 유입 등 범정부적 대응을
새 정부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보통 선거과정에서 약속한 공약을 기초로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고 그 경중과 완급을 가려 핵심 국정과제를 선정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5년간 이끌어갈 정책기조를 결정하기 때문에 국민이 많은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농업·농촌분야에서도 여러 가지 약속을 했다. 농업직불금 2배 확대나 청년농 3만명 육성, 공공급식 등 기존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있고, ‘이주활성화 지역지원특별법’ 제정과 지역간 문화격차 해소, 마을주치의 도입과 같은 새로운 사업도 있다. 농업계에선 이들 제도와 예산의 틀을 담아내는 인수위에 전문가가 단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걱정하고 있다. 예부터 나라를 유지하려면 군대와 식량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농정 거품을 걷어내고 정부와 공공부문의 역할을 재정립해 행정의 비효율을 극복하고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확대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농업은 농촌지역에선 기반산업이다. 주민의 소득원이자 일자리가 될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안전한 식품을 공급하는 기지이자 삶터와 쉼터로서 소멸위기의 지역사회를 유지·발전하는 데 필요한 기반을 제공한다. 하지만 도시화·산업화 이후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수준과 다양한 취업기회 부족, 열악한 생활환경을 이유로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대부분 열악한 수준이다. 이처럼 농업은 갈수록 위축되는데 정작 이 분야에서 일하는 공직자는 무려 11만6781명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농정관련 공무원 2만2133명을 여기에 더하면 정규직만 14만명 가까이 된다. 올 3월 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이 집행하는 예산도 26조원을 넘는다. 농정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고울 리가 없을 것이다.
윤 당선인은 ‘농업이 국가의 기간산업이고, 미래 성장산업’이란 농정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고마운 말이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농경지 159만6000㏊에 인구 231만7000명(농가 103만6000가구)이 농업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 영세한 농경지에 많은 농민이 종사하고 있지만 실상 농업경영자의 평균연령은 66.1세로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면 농사를 짓기 어려운 실정이다. 농가소득은 도시 근로자 소득의 60%선이고 곡물자급률은 20%에 불과해 식량의 많은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더구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같은 추가적 개방과 정보화와 4차산업혁명 등 정책 환경 속에서 농업분야 투자확대를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고, 더 정교한 정책과 일하는 방식에서 구체적인 변화를 보여줄 때 가능하다.
1990년대초 개방농정과 함께 정부주도의 하향식 정책으로 농업계의 책임의식과 주민들의 자주·자립·협동 의지는 오히려 후퇴했다. 디지털플랫폼 정부에 걸맞게 공공부문의 역할을 정비하고 중앙정부는 물론 시·도와 시·군을 거쳐 마을까지 이르는 농정 추진체계와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선거 때마다 표를 구하기 위한 선심행정이 아니라 장래를 걱정하며 전후방 산업의 발전을 통해 소득과 일자리를 늘리고, 청년을 농촌으로 유입하는 데 범정부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이름뿐인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의 기능도 보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두고 그저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것만으로 문제를 풀기에는 우리 상황이 너무 위중하지 않은가. 농부들이 이른 봄부터 땅을 깊이 갈아 씨앗을 뿌려 가꾸듯이 길게 바라보며 제 할 일을 하는 새 정부의 책임 있는 농정을 기대해본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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