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칼럼-이윤학]아기 울음소리 들으려면

입력 : 2017-02-13 00:00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포토뉴스
컷_금융칼럼
 얼마 전 설날이 지났다. 요즘엔 명절 때 해서는 안될 질문, 소위 3불(3不)이 있다. 그 첫번째가 대학에 들어 갔느냐, 두번째는 취업은 했느냐, 마지막이 결혼은 언제 하느냐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대표적인 대화주제다. 여기에 결혼한 부부에겐 언제 아이를 가질 것이냐까지 질문이 돌면 어색하고 불편한 설 명절을 보내기 딱 좋다. 이쯤 되면 3불이 아니라 4불(4不)이다.

 사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헬조선’이니, ‘N포세대’니 하는 신조어들이 돌고 있다. 헬조선은 헬(Hell:지옥) + 조선(한국)이라는 말이다. 즉, 지옥 같은 한국을 비하한 것이다. N포세대는 연예·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가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하다 모든 것을(N개) 다 포기했다는 의미에서 N포세대라고 한단다.

 상황이 이 정도이니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은 근본원인은 결혼과 연애·취업·대학문제까지 짚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출산율이 낮은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들자면 젊은이들이 결혼을 적게 하고, 또 늦게 한다는 점이다.

 2015년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는 5.9건으로 1970년 이후 최저수준이다. 혼인연령도 10년 전에 비해 여성기준으로 2.3세가 늘면서 최근엔 만 30세를 넘어섰다. 결혼을 적게, 그리고 늦게 하는 추세가 고착화되니 당연히 출산율은 낮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수(합계출산율)는 1.24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최하위다. ‘58년 개띠’가 태어난 그해엔 100만명을 출산했지만, 2015년에는 43만명이 태어나는 데 그쳤다.

 돈이 없어서 아이를 못 가진다는 일부의 주장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신혼부부 가운데 맞벌이가 외벌이보다 가구 소득이 높은데, 외벌이의 자녀비중이 70%로 맞벌이의 자녀비중 58%보다 오히려 높다. 특히 맞벌이를 하는 신혼부부 중에서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수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자녀를 출산하겠다는 의사결정은 소득보다 자녀양육에 관한 여건에 더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여진다. 즉, 부모가 양육에 투입할 시간, 안심하고 맡길 보육시스템, 일하는 부모가 육아와 가사노동을 분담할 수 있는 실질적 여건 등이 더욱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많이 들으려면 국가가 보육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출산·육아수당, 엄마는 물론 아빠의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주택지원 등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해야 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인구 1억명을 사수하기 위해 ‘1억총활약’ 장관까지 두어 결혼과 육아, 청년의 고용안정에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집안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젊은 부모들이 자녀와의 행복한 삶을 꾸리려면 먼저 재무적으로 탄탄한 준비가 필요하다. 자녀의 성장주기에 맞게 재무 목표를 부부가 함께 정하고 ‘선저축 후소비’를 생활화해야 한다. 자녀에게 노후를 의지할 생각은 하지 말고, 젊었을 때부터 연금에 착실히 가입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윤학(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