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환율 트라우마

입력 : 2022-10-24 00:00

원·달러 환율 가파른 ‘상승세’

우리돈 가치 상당히 평가절하

국제투기꾼들 집중공격 받은

1997년말 ‘외환위기’ 떠올라

환율, 국가간 물가 수준 반영

변동에 크게 염려할 필요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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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화보다 우리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환율 상승은 우리에게 잠재해 있던 트라우마를 일깨운다. 흔히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라고 부르는 1997년말 외환위기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은 외환보유고가 부족해 환율이 치솟으며 국제 투기꾼들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됐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 때 다시 한번 원화 가치가 크게 출렁였다. 그러나 이후 우리 경제는 탄탄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외환시세를 유지해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 1달러당 1400원을 넘어서는 환율의 오름세가 지속하고 있다. 환율 급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우려되고 있다.

긴 시간을 두고 볼 때 환율은 국가 사이의 물가 수준을 반영한다. 즉 국가간 구매력이 같아지도록 만드는 역할을 환율이 하는 것이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1986년부터 각국 구매력을 측정하는 수단으로 고안한 ‘빅맥지수’가 나온 것도 같은 배경이다.

맥도날드는 전세계에 매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 판매하든 품질에 차이가 거의 없다. 또 원료비와 인건비·임대료 등이 가격에 두루 포함돼 각국의 물가를 비교하는 데 적절하다. 각국의 물가 수준을 알 수 있는 빅맥지수의 다른 별명은 ‘빅맥환율’이다. 빅맥지수는 각 나라의 화폐가 고평가 혹은 저평가돼 있는지를 재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최근의 한국과 미국 빅맥지수를 구해보자. 단품 기준으로 미국의 빅맥가격은 3.99달러, 한국은 4900원이다. 한국의 빅맥가격을 9월초 환율인 1350원을 적용해 미국 돈으로 환산하면 3.63달러가 되는데 한국 빅맥가격이 미국보다 약간 쌌다. 한국 물가 수준이 미국보다 낮다고 할 수 있다.

다시 한국과 미국의 빅맥가격을 환율의 시각에서 비교해보자. 빅맥으로 환산한 환율은 4900원을 3.99달러로 나눈 1228원이다. 즉 1달러당 1228원으로 교환돼야 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어떠한가? 9월22일 마침내 1400원을 넘어섰다. 1400원을 1228원과 비교하면 한국의 원화 가치는 현재 상당히 평가절하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빅맥환율에 비춰 크게 저평가된 원화 가치의 하락을 밀어붙이는 힘은 무엇일까? 현재 원화 가치를 낮추는 가장 강력한 힘은 미국 금리인상이다. 9월21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세번 연속 0.75%포인트 올렸는데 이로써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또다시 높은 상황이 됐다.

금리 수준 격차는 국가간 돈의 이동을 초래한다. 돈은 이자율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흘러가는데 환율 변동은 이를 일정 부분 막는 역할을 한다. 미국 이자율이 더 높아 한국에서 자금이 나가려고 할 때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로 바꿔 얻을 수 있는 금액이 적어져 미국에서 1달러당 더 높은 이자를 받더라도 별 이익을 볼 수 없다. 이처럼 환율은 각국 물가 수준을 같게 만들고 이자율 격차에서 오는 이익을 조정해 주는 강력한 가격체계다.

그래서 지나치지 않은 환율 변동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좋다. 그럼에도 작금의 원화 가치 저평가에 대해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과거 우리가 겪었던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다. 가파른 환율 인상이 국제 투기세력에 신호를 줘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은 외환보유고가 여유가 있지만 최근 몇달 동안 지속되는 무역수지 적자가 자꾸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실제 환율이 빅맥환율과 일치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그 차이가 계속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환보유에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다시 투기 자본들이 달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김대래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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