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으로 세계화 변곡점
인플레에 미·중 관계도 새 국면
글로벌공급망 변화 피할수 없어
21세기 가장 혼란한 시대 서막
어떤 세상 펼쳐질지 예의주시를
준비된 자만 ‘기회’ 얻을 수 있어
산업혁명 이전까지 전세계 경제성장률은 평균 1%가 안되는 수준이었다. 대량생산 체제가 들어선 후 잉여(剩餘) 개념이 등장했고 대항해 시대와 맞물려 세계경제가 성장했다.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실물경제에서 과학과 기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다양한 제품이 등장했다. 바야흐로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는 세계화의 초석이 다져진 시기로 봐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자유무역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며 경제영역에서 국가간 경계가 허물어졌다. 인터넷이 등장하며 개인소비자 중심의 세계화도 확장일로를 걸었다.
세계화에서 중요한 점은 생산 국제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기업은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비용·입지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곳에서 제품을 생산했다. 과학기술 발달과 이를 응용한 물류·통신 시설이 비약적으로 변화하며 세계화 양상은 극에 달했다. 동시에 세계화가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론도 등장했다.
세계화 흐름은 현재 변곡점을 맞았다. 시작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전쟁 후 국제 유가가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더불어 전쟁은 미·중 관계를 비롯해 다양한 정치적 여파를 불러왔다. 반도체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도 주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얼마 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며 미·중 갈등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중국은 러시아와 결속을, 미국은 한국·대만·일본과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요국가는 협력적 가치사슬체계의 붕괴를 감내하더라도 미래산업의 주도권 강화를 추구한다. 앞으로 세계화의 전통적 기반이던 글로벌 공급망에 변화가 온다고 봐야 한다. 이는 다국적기업의 활동 방식을 바꾼다. 이들은 생산 입지 선정에서 과거와 달리 비용의 효율성만을 추구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공급사슬망에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가 당연히 사용했던 일상 제품의 구매가 어려울 수 있다.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오늘날의 생활은 글로벌 공급사슬망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이는 과거와 다른 세계화가 전개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특히 생산과 소비에서 과거와 다른 새로운 현상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의 변화는 세계 경제 질서를 넘어서 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이 글로벌 공급사슬망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세상이 많이 달라져야 개인의 소비형태가 변화하기에 그렇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물가다. 시장에 유통되는 제품과 수출품목도 달라질 수 있다. 물론 모든 변화는 예측일 뿐이다. 상황변화가 개인에게 부정적 영향으로만 나타나지도 않을 수 있다. 생산자의 어려움이 곧 소비자의 어려움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운 세계화 등장과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을 도외시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과거에도 그랬듯 변화를 준비하는 국가적 대응은 기업 위주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 고려할 때 지금의 흐름에 대비하려는 개인의 노력은 중요하다. 산업혁명을 포함해 새로운 경제 질서의 등장에서 준비된 개인은 기회를 얻었기에 그렇다.
앞으로 변화는 4차산업혁명을 포함한 기술적 다변화, 냉전 이후 등장한 새로운 국가간 갈등까지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21세기 들어 가장 혼란스러운 시대가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세계화 시대가 어떻게 다가올지 정확히 알 수 없더라도 변화의 물결이 시작된 것은 분명하다. 또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기대 속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자.
조연성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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