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생산 여러나라 얽혀 있고
미·중 갈등-우크라 전쟁 영향
전세계 다양한 산업분야 요동
시장불안땐 중장기 전략 필요
농어민 등 지원사업 개선해야
글로벌 공급망(Global Value Chain·GVC)의 불안이 세계 경제와 일상을 뒤흔들고 있다. GVC는 여러 국가가 분업해 제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말한다. 원재료가 완제품으로 탈바꿈하는 여러 단계의 공정이 최적 국가에서 순차적으로 진행되면서 제품이 생산되고 각국에 공급된다는 뜻이다.
각 생산 공정이 사슬처럼 얽혀 있고 제품 가치를 높이는 세부 공정들이 해외 공장에서 연쇄적으로 진행된다는 의미에서 ‘글로벌 가치사슬’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들은 각국에서 독립적으로 생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공급망에 따라 여러 국가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다. 한국산을 표방하는 제품도 뜯어보면 다른 나라가 생산한 소재·부품으로 채워져 있다. 농산물에도 수입 비료와 농기계들이 투입되면서 GVC가 작동하고 있다.
국제 분업이 원동력인 GVC는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잘 작동하지만 상황이 나빠지면 금이 가기 시작한다. 국제 분업보다 각자도생이 더 중요해져 결국 GVC가 불안해지는 것이다. GVC 불안은 2008년말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부터 시작됐다. 세계 각국이 자국 경제의 저성장을 막기 위해 각국의 보호·이기주의 정책을 강화하자 GVC를 지탱해온 국제 분업 정신은 빠르게 약화했다.
급기야 2019년 미국·중국간 무역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자 중국이 주도하는 GVC가 동력을 상실하기에 이르렀다. 그로 인한 타격은 중국뿐 아니라 대미 수출용 중국산 제품에 소재·부품을 공급하는 우리 수출기업에 막대한 손실로 파급됐다.
코로나19 때는 중국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GVC가 붕괴해 전세계가 제품 공급난에 직면한 적도 있다. 2020년에는 한국·일본간 정치적 갈등에 기인한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 제한 때문에 반도체의 GVC에 교란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한국산 반도체를 사용하는 전세계 산업 생산에 차질이 발생해 제품가격은 인상되고 해당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들은 몇달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감내해야 했다.
최근 GVC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이들 국가는 원유·광물·곡물·비료 등 세계 주요 원자재 생산국이다. 원자재는 GVC의 가장 앞단에 있다. 원자재 수급이 불안해지면 남아 있는 GVC 후속 공정들이 연쇄적인 영향을 가중적으로 받게 된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원자재와 연관된 다양한 산업 분야의 GVC가 요동을 치고 있다. 생활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경기침체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등 GVC 불안이 우리의 일상마저 위협하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GVC 불안은 반복·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GVC 불안의 불똥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GVC 불안 시대에는 보수적인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우리 경제와 일상은 이익을 좇기보다는 생산성을 높이고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여력 확충에 주력해 중장기 생존력을 높여야 한다.
농어민·소상공인·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현행 지원사업들이 정작 위기 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GVC 불안에 따른 원가 인상의 압력이 거세다고 해서 그 부담을 제품가격에만 전가하는 경영방식도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우리 모두의 발목이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GVC 불안엔 장점도 있다. 불안의 사이에 기회도 찾아온다. 생존력을 높이는 전략으로 살아남은 자만이 GVC 불안에 묻힌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이영주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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