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글로벌 네트워크의 대역습

입력 : 2022-07-18 00:00

실물·금융 경제 빠르게 연결

국가간 ‘도미노 현상’도 증폭

공급망 난항에 물가 요동치고

미국발 금리인상에 불안 확산

세계 경제망 ‘네탓 공방’ 무색

복합 위기상황 이해·대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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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겪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상승), 경제 불안정성의 심화는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외적 사건에 원인을 두고 있지만 사실 배후에는 오래전부터 진행된 ‘경제의 세계화’라는 내적 원인이 자리하고 있다. 경제의 세계화로 각 나라의 실물·금융 경제는 빠르게 연결됐다. 거래 규모는 광범위하지만 거래 시간은 줄어들었다. 정보는 순식간에 퍼져 사람들은 즉각적으로 같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가간 경제 구조는 물론 행동방식까지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국가의 문제가 다른 나라로 확산하는 도미노 현상이 점점 증폭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 생산이 줄어들며 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레바논·이라크 밀가루 가격이 치솟고 급기야 밀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수급난을 겪는 사람들은 상품을 사재기하고 가격은 더 오른다. 한 상품의 가격 상승은 물가를 자극해 경제 전체가 인플레이션으로 출렁이기도 한다.

팬데믹 기세가 꺾이며 경기 회복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일어나며 경제분야별로 여러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세계 공급망 위기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영향이 줄어들며 수요는 늘어났지만 이를 충당하기까지 공급에는 시간이 걸린다. 에너지·원자재·곡물 등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며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금융은 어떠한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자 여러 국가는 지원금 지급 등 유동성 공급을 늘렸다. 높아진 유동성 공급은 경제 회복 시점과 맞물리며 물가를 자극했다. 각국은 물가를 안정시키고자 금리를 올렸다. 특히 미국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자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각국의 환율과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환율·주가를 안정시키고자 각국이 다시 금리를 올리며 금융시장발 경제 불안이 확산하고 있다.

공급난, 금리 인상 등 경제문제의 원인은 다르지만 서로 얽히며 심화한다는 점에서 같다. 여러 문제가 얽혀 증폭되며 통제가 쉽지 않다. 이에 더해 사람들의 심리적 동요도 커지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위기국면에서 다른 사람을 모방해 무리를 짓는 등 비합리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개인의 상호작용은 상품 가격을 지나치게 올리거나 공포 매수·매도를 하는 등 또 다른 위기 국면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은 사회적 흐름에 적응하고자 대세에 편승하기도 한다. 즉 미시질서와 거시질서가 서로 얽혀 소비자가 특정 시장에만 몰리는 거대한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경제위기라는 거시적 질서는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개별 국가나 경제 주체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내 잘못이 아니다”라고 항변해도 엄밀히 따지면 우리 모두 경제위기에 직간접적으로 일조하고 있다. 세계 경제망에서는 참여자와 구경꾼을 구분하기 어렵다. 미시질서와 거시질서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낸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날 위기는 복합적으로 금리 인상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아직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넘치는 수요와 공급간 괴리에서 생겨난 ‘비용상승 인플레이션’ 성격을 보이며 전세계적 규모로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금리 인상만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다. 지진이 일어나 새로운 지반이 형성돼 서서히 자리를 잡듯 시간이 흐르며 새로운 질서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화의 연결이 느슨해지지 않는 이상 코로나19가 서서히 종식돼 일상을 회복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막을 내려야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덕희 (한국과학기술원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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