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량보다 적게 배출한 기업
잔여분 팔아 수익 얻을수있어
총량·초기할당비율 논란에도
탄소 감축 효과 등 장점 ‘뚜렷’
한국 도입 8년차…활성화 필요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이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는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2℃ 아래로 억제한다는 내용을 담은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을 채택했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내놓은 ‘1.5℃ 특별보고서’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1.5℃ 오르는 시점을 2052년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2021년 IPCC는 그 시점이 기존 예측보다 10년 앞당겨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1997년 일본 교토 제3차 당사국총회(COP3)에서 내놓은 교토의정서는 2012년 38개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평균 5.2% 감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감축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고자 탄소배출권거래제(ETS), 청정개발체제(CDM) 등 다양한 감축수단을 도입하기도 했다. 특히 탄소배출권거래제는 새로운 규범인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핵심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장에서 상품을 사고파는 거래행위가 효율적이라는 것이 시장경제 원리다. 탄소배출권시장에서 거래 대상은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탄소다.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인 탄소배출권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상품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면 탄소 감축이라는 목표를 보다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거래제는 국가가 기업에 탄소배출권을 할당하고, 보유한 권리보다 적게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은 잔여분을 시장에 팔아 수익을 얻는 구조다. 할당된 권리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한 기업은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서 부족분을 채워야 한다. 이 제도는 배출 허용 총량, 초기 할당 비율을 어떻게 정할지와 같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탄소를 효과적으로 감축하고 탄소 저감기술 투자 유인을 제공하는 등 장점이 뚜렷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 프로그램은 25개이며 시행 예정인 프로그램까지 합하면 48개에 달한다. 대표적인 탄소배출권거래제는 ‘유럽연합(EU) 탄소배출권거래제(EU-ETS)’다. 이 제도는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현재 4기(2021∼2030년)가 시행되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배출권 과잉 할당 등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지금은 가장 성공적인 제도로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대한 법’을 토대로 ‘한국 탄소배출권거래제(K-ETS)’를 도입했다. 탄소 감축의 속도가 빨라지며 탄소배출권거래제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금은 3기(2021∼2025년)를 시행 중으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고 2050 탄소중립을 법제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한국 탄소배출권거래제를 활성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배출 허용 총량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탄소 감축을 위해 산업계 지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오염자 부담원칙에 부응하고자 배출권의 유상할당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마련한 수입을 친환경에너지 전환이나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층에 지원해 효율성과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 배출효율기준(BM)과 할당 비율을 확대해 합리성을 높이는 것도 요구된다.
셋째, 거래 참여자 범위를 확대해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정보 공개를 강화해 시장 참여자간 정보 비대칭성을 없앨 필요가 있다. 또 배출권 예비분을 조절해 시장 유동성을 관리하고 다양한 파생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 탄소시장 활성화에 대비해 국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상환 (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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