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선출 공직후보자 ‘재정추계서’ 제출 의무화를

입력 : 2022-06-13 00:00

선거때마다 현금살포 공약, 국가발전 저해하는 큰 요인

대형 사회간접투자도 문제 나라재정 이미 적신호 켜져 

과도한 약속 억제장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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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며칠 앞두고 손실보상금이 지급됐다. 이제는 재난지원금·손실보상금 등을 선거 직전에 유권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후보자들도 거액의 재정지출이 소요되는 엄청난 공약을 선거 직전에 불쑥 내놓기도 한다. 앞으로는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엄청난 규모의 공약이 선거 때마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선거공학적으로 승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 후보자가 대규모 재정지출이 수반되는 공약을 먼저 꺼낸다면 득표 전략상 다른 후보도 어쩔 수 없이 이에 응할 수밖에 없다. 선거기간 막바지에 후보자간 공약이 결국 비슷한 내용이 되는 이유다.

실제로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즈음 여당은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의 70% 혹은 100%에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 기로에 선 적이 있다. 이때 정부의 최종 결정은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씩 전 국민 70%에게 지급’이었다. 하지만 이를 줄곧 반대해왔던 당시 야당이 선거 1주일을 남겨놓고 갑자기 ‘전 국민 50만원, 4인 가구 200만원 지급’이란 공약을 내놨다. 올 3월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도 당시 여당은 추가경정예산(추경) 14조원으로 방역지원금 최대 300만원을 지급했다. 이에 당시 야당은 더 큰 금액을 대통령 후보 공약으로 내걸었고, 선거에서 승리해 여당이 됐다. 이후 지방선거를 며칠 앞두고도 대통령선거 공약이었던 추경 62조원으로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등에 피해 규모에 따라 600만∼1000만원씩 집행했다. 국민과의 약속 이행이라는 이유에서다. 대선 과정에서 여야 모두 비슷한 공약을 내놓은 바 있기 때문에 반대 없이 여야가 함께 추진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선거공학적 접근의 폐해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된다면 국가발전에 큰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도한 기초연금 인상은 국민연금을 무력화할 수 있고, 과도한 손실보상은 이후 또 다른 재난이 발생했을 때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재정 부담을 줄 수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공항 등 대규모 사회간접투자의 재정지출 또한 국가재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국가재정의 적신호는 이미 시작됐다. 2017년에서 2021년까지 예산은 400조원에서 558조원으로, 국세징수액은 255조원에서 334조원으로, 국가채무잔액은 660조원에서 965조원으로 늘었다. 재정지출의 재원이 되는 국세는 79조원 늘었지만, 부채는 305조원이나 증가했다.

현세대의 지출에 대한 부담이 미래세대로 떠넘겨진 것이다. 이는 국가의 성장동력을 잃게 하고 국민복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선출직 공무원이 무리한 선거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후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대규모 재정지출을 추진하는 불합리함을 막아야 한다. 제도적으로 강력한 브레이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 해답은 ‘재정추계서’가 될 수 있다. 국회법은 정부 혹은 국회의원이 법률안을 제출할 때 예산이 필요한 경우에는 비용추계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무분별한 예산지출이 소요되는 법률안 제출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선출직 공직후보자에게 적용되는 공직선거법은 선거공약서나 예비후보공약집, 공약별 재원마련방안 등에 대한 제출 규정을 두고 있지만 의무화하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의 후보는 재정추계서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거나 제출하지 않는다. 과도한 선거공약이 남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선출직 공직후보자의 무분별한 국가재정이 수반되는 선거공약을 억제하려면 선거공약서와 함께 재정추계서 제출 의무화를 서둘러야 한다. 공직후보자의 공약남발을 막아야 국민후생과 국가발전을 기약할 수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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