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무한히 뻗어나가는 공간, 논스페이스

입력 : 2022-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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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스페이스 전경. 사진제공=박정연 건축사

달팽이는 점점 커지는 나선 형태로 계속 자라난다. 벌집도 육각형의 형태가 더해지면 계속 커진다.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은 머무르는 ‘점’이 반복되면 방향성이 생기는 ‘선’이 돼 뻗어나가려 하고, ‘면’은 확장하려 한다는 건축 요소를 자세히 배운다.

경기 이천시 호법면에 자리한 카페 논스페이스(Non-Space, 설계자 : 정웅식 온건축사사무소)를 찾아가는 길에 독특한 이름이 전하는 오묘한 느낌을 오랫동안 생각했다. 현실이 아닌 정신세계에 존재하는 공간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논(Non)이라는 이름은 풍광과도 연관이 깊다. 카페 창 너머로 윤기 넘치는 이천쌀이 자라는 논을 바라볼 수 있다. 논스페이스는 중의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건물 전반에 튀어나오고 들어간 형태가 반복되는 것이 개성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샵(#) 기호가 여러 개 겹쳐진 듯 표현한 건물 배치도가 벽에 새겨져 있다. 카페에 들어갈 때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챈 분이라면 분명히 건축에 안목이 있는 사람일 게다. 옥내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방문객은 벌써 여러 단계의 공간을 경험한다. 양쪽에 벽이 세워진 공간, 머리 위로 하늘이 보이는 정사각형의 공간, 그리고 양쪽에 중정이 형성되는 공간 등이 대표적이다.

내부에 들어서도 내부가 모두 보이지 않고 가로·세로로 뻗어나가는 공간들끼리 서로 얽혀진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 사이에는 자연스레 4개의 정원이 생기는데 그곳을 나무와 물로 채웠다. 이러한 구성은 방문객의 시각과 정신을 외부로 뻗어나가게 한다. 카페의 재기 발랄함은 이름에서만 찾을 일이 아니다. 천장 마감도 예사롭지 않다. 볏짚 문양이 새겨진 개방형 콘크리트가 이목을 집중시킨다.

논스페이스는 1층만 있는 것이 아니다. 2층에 올라가면 9개의 방과 연결된 공간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이 방을 차례차례 들어가다보면 마치 음악을 감상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주제를 담은 멜로디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변주곡 같다고나 할까.

1층이 수평으로 무한히 뻗어나가는 느낌을 준다면, 2층은 수직 방향으로 하늘과 맞닿을 것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논스페이스는 건축 자체의 가치를 인정받아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기도 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주말에 어디를 가볼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정보를 얻는다. 이색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려고 건축물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어쩌면 기능과 효율을 중요하게 따지는 곳에서 평일을 보낸 이들이야말로 소소한 낭비가 있고 다소 느슨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공간에서 치유의 시간을 보낼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닐까.
 

박정연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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