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지니 아침이 되면 따뜻한 이불 속에서 나가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 장사해서 크게 성공하신 어떤 분은 이런 말을 했지요.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라! 잠은 죽어서 자는 것이다”라고요. 세상에서 가장 무겁다는 내 몸 일으키기를 성공한 후 마음에 위로를 주는 음악으로 하루를 열어봅니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의 ‘탄식(Un Sospiro)’은 요즘 제가 즐겨 듣는 아침 음악입니다.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시작하는 피아노 선율이 요동치던 마음을 아주 차분하고 평화롭게 해줍니다.
화려하고 기교 넘치는 그의 다른 작품과 견줘 이 곡은 절제되고 단정한 느낌을 줍니다. 흘러가는 물결 속에 반짝반짝 빛나는 윤슬이 떠오르는 주제 선율은 매우 아름다워 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클래식에 관심이 없던 남편도 며칠째 이 곡에 중독돼 운전할 때 등산할 때 계속해서 듣는 걸 보면 역시 음악의 힘은 위대합니다.
낭만주의 시대 예술의 중심지는 바로 프랑스 파리였습니다. 귀족 부인들은 화가·음악가·문학가 등을 자신의 거실에 초대해 예술을 논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사교 문화는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이 시대 리스트는 인기 많은 연주자였답니다. 연주·작곡 실력은 물론 외모도 빼어나 그의 연주를 듣고 기절하는 부인도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재능이 뛰어났던 리스트는 화려했던 세상을 뒤로하고 절제된 생활을 하며 말년에 사제가 됩니다. 자신의 장례식도 검소하게 치러줄 것을 부탁했다고 하는데요. 그가 얼마나 깊고 따뜻한 사람이었는지 깨닫게 되면서 문득 위대한 작곡가들의 최후 모습이 궁금해졌습니다.
리스트의 친구 쇼팽은 대부분 피아노를 위한 작품을 써 ‘피아노의 시인, 피아노의 영혼’이라 불립니다. 밤에 들으면 없던 감성도 충전되는 녹턴(서정적인 피아노곡), 자유로운 형식의 전주곡,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즉흥 환상곡까지 정말이지 그는 피아노를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습니다.
고국 폴란드의 전쟁 소식에도 파리에 머물며 그곳에 갈 수 없는 안타까운 심경을 유려한 선율로 뽑아냈는데요. 그래서인지 쇼팽의 음악엔 늘 애수 어린 그리움이 묻어납니다. 가냘픈 몸에 폐병으로 고생했던 쇼팽은 3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납니다. 자신의 심장만큼은 고국에 묻히길 원했던 그는 누이에게 부탁했고, 고향을 떠나올 때 친구들이 병에 담아준 흙에 덮여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교회에 묻혔습니다.
바로크 시대를 이끈 위대한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평생을 성실하게 작곡에만 전념했습니다. 촛불을 켜고 밤을 새워 작곡한 결과 피로가 겹쳐 시력을 잃어 수술을 시도했지만 실패해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죽기 직전까지 제자의 도움을 받아 구두로 작곡했다고 하는데 조금만 피곤해도 눕고 싶어 하는 저를 돌아보니 참 부끄럽습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치열한 삶을 살다간 그들의 목소리가 음표와 쉼표가 돼 우리에게 울림을 줍니다. 아! 다시 살아갈 용기를 주신 위대한 작곡가들에게 감사하며 이 하루, 또 힘차게 한번 살아내야겠습니다.
이기연 (오페라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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