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에서 제공하는 다큐멘터리 <라이트&매직>(2022)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창조한 조지 루카스의 시각 특수효과 회사 ‘ILM’을 다룬 6부작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에는 <백 투 더 퓨처>(1987) <터미네이터 2>(1991) <쥬라기공원>(1993)에 적용한 시각 효과가 어떻게 영화의 발전을 이끌었는지 그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래서 조지 루카스는 <라이트&매직>의 첫 장면에서 ‘영화는 특수효과’라고 정의한다. 현실에서는 보기 어려운 마술(magic) 같은 볼거리가 영상에 담겨 있어 관객이 영화를 본다는 의미다.
한국 영화는 봉준호·박찬욱·홍상수 감독 등이 주목받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봉준호 감독은 할리우드식 스릴러 문법을 가져오되 범인이 잡히지 않는 결말로 변화를 준 <살인의 추억>(2003)이 대표작이다. 박찬욱은 복수는 무해하다는 의도를 전례 없는 폭력으로 묘사했다.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가 박 감독의 복수 삼부작이다. 홍상수는 <오! 수정>(2000) <생활의 발견>(2002)과 같이 연애 과정에서 발생하는 민망한 사연을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유형의 드라마로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들 감독이 장르의 문법을 새로 쓰거나 새로운 이야기 유형을 창조한 것과 다르게 최근의 한국 영화는 이전에 볼 수 없던 볼거리, 즉 진일보한 컴퓨터그래픽(CG)과 특수효과를 바탕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흥행에는 재미를 못 봤지만,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은 서울의 종로 상공에 뜬 우주선과 현대와 고려시대를 넘나드는 외계인을 CG로 창조해 더는 사이언스픽션(SF)이 미국 영화의 전유물이 아님을 증명했다. 항공재난물 <비상선언>은 추락하는 비행기 내부 세트를 국내 특수효과 기술로 360도 회전하게 만들어 탑승객이 마주한 아수라장을 현실처럼 구현했다.
또 다른 OTT 넷플릭스 영화 <카터>는 이름도, 과거도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이 아이를 보호하며 남한에서 북한으로 넘어가는 사연이 담긴 액션물이다. 134분가량의 상영시간 내내 단 한번의 편집도 없는 것처럼 이른바 ‘원테이크’ 기법을 쓴 게 특징이다. 관객이 직접 조종할 수는 없어도 마치 게임을 즐기는 것처럼 전개되는 <카터>의 시각 효과는 <해운대>(2009) <늑대소년>(2012) 등 한국 영화 200여편에서 시각효과를 도맡았던 장성호 대표의 시각특수효과 전문기업인 ‘VA MOFAC’이 맡아 진행했다. 그에 힘입어 <카터>는 공개와 함께 200여개국에 송출하는 넷플릭스에서 비영어권 작품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18년 한국영화 기술 수준 인식 조사를 한 적이 있다. 당시 ‘CG·특수효과’ 부문에서 한국 영화는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 할리우드와 비교해 66.7%의 수준을 나타냈다. 이후로 5년이 지났고 더욱 발전한 한국영화의 CG·특수효과 수준은 <외계+인> <비상선언><카터>로 이어지며 발전했다. 이제 한국 영화는 미국 할리우드에 버금가는 CG·특수효과로 날개를 달고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볼거리로 세계 영화계의 중심에 섰다.
허남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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