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 하며 멋진 옷을 입는 것을 좋아한다. 꽃향기를 즐기고 풍경을 보거나 이를 표현해낸 사진과 그림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다양한 방법으로 아름다움을 느끼거나 표현하려는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다.
인간이 느끼는 오감 가운데 가장 고급스러워질 수 있는 것은 청각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중세시대에는 아무나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음악 한곡을 감상하려고 훌륭한 작곡가와 연주자 수십명을 고용하려면 적어도 재정적인 지원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귀족 혹은 왕 정도는 돼야 했다. 악보를 기록하는 방법이 정리되고 악기가 발전해 음악이 점점 체계를 갖춰가는 시기에도 음악 감상은 소수만 누리는 특권이었다. 저장장치에 소리를 녹음하는 방식이 세상에 나왔을 때 역시 음악은 충분히 대중적이지 못했다. 음악을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하고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불과 수십년 이내에 생겨난 변화다.
고급 오디오 매장 청음실처럼 좋은 기기를 갖추고 소리를 구현해낼 수 있는 공간을 꾸민다는 것은 오래전 귀족들이 누리던 호사에 비견할 만한 일이다. 음악 감상 공간을 따로 만든다는 것은 누군가의 생애 소망 목록 혹은 고급스러운 취미일지도 모른다.
혹시 자신만의 음악 감상실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임진강 넘어 북녘땅이 보이는 경기 파주로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콩치노 콩크리트’는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이다. 민현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와 엠피에이알티건축사사무소가 협업해 설계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콩치노 콩크리트를 카페로 오해하기도 한다. 간단하게 마실 물을 제공할 뿐 음악을 감상하는 데 방해되는 것은 거의 없다.
스피커 수집광인 건축주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대중과 함께 즐기고자 만든 이 공간의 내부에 들어서면 먼저 거대한 스피커와 여러 앰프·턴테이블 등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계속 음악이 재생되면서 소리가 실내 공간을 가득 채운다. 내부 마감재는 음악을 청취했을 때 거푸집의 문양에 따라 소리를 적절히 반사하고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설계 과정에서 콘크리트 마감 면을 그대로 유지한 까닭은 이것만으로도 매우 좋은 청음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였다고 한다.
건물 창에서 보이는 외부는 벽에 걸린 그림 같다. 밖에서 볼 때 무심하게 배치된 듯했던 창문 하나하나가 세심하게 자연의 모습을 담아낸다. 이를 연출하고자 층마다 높이가 결정되고, 동선상 창문의 위치가 정해졌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음악으로 채워진 이 공간을 다시 찾아 잡념은 잠시 내려두고 귀를 채우고 싶다.
박정연 건축사 (그리드에이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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