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오해와 이해 그리고 댓글

입력 : 2022-07-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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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창간 58주년을 맞은 <농민신문>의 주요 뉴스가 네이버·카카오(다음)를 통해 전국민에 서비스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와 뉴스콘텐츠 제휴를 맺고 네이버에선 5월12일부터 카카오에선 6월13일부터 뉴스를 내보냈다. 이는 농업·농촌 시각에서 생산한 뉴스를 농민은 물론 전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농촌보다는 도시, 농업보다는 일반 산업 쪽으로 기울어진 ‘여론 운동장’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길이 열린 셈이다.

<농민신문>이 국내 양대 포털 뉴스판에 진입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자주 접한다. 독자층이 확대되다보니 기사마다 수많은 댓글이 달린다. 농업·농촌을 응원하는 선플(선한 댓글)도 있지만 무턱대고 농업과 기자를 비난하는 악플(악성 댓글)도 적지 않다. 악플의 대부분은 개인적인 투정이지만 의견 피력 수준을 넘어 혐오성 표현을 동반한 일방적인 비난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악플은 주로 농산물 시세 기사에 많이 달린다. 올들어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물가지수가 발표될 때마다 국산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을 지적하는 댓글이 우르르 올라온다. 농산물이 전체 물가상승을 주도한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농산물가격이 오른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전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 농업 특성 등을 감안한다면 농산물이 물가상승 주범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최근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05% 상승했는데 농축산물 때문에 물가가 오른 부분은 0.39%포인트에 불과하다. 나머지 5.66%포인트의 대부분은 공업제품(3.24%포인트)과 서비스(2.05%포인트)가 차지한다. 특히 악플 세례를 집중적으로 받은 국산 쇠고기 가격은 전년보다 0.8% 오른 데 그친 반면 수입 쇠고기 가격은 27.2%나 뛰었다. 한우농가로선 억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비싼 석유 때서 농사짓지 말고 수입해서 먹자’는 댓글도 자주 달린다. 공산품 수출해서 번 돈으로 값싼 농산물을 수입해서 먹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일반 상품은 공급이 부족하거나 가격이 급등할 때 소비를 미뤄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농산물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필수품이기 때문에 소비를 늦출 수 없는 특수성을 갖는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기후위기로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하면서 전세계가 곡물 확보에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올 상반기 곡물·비료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린 나라가 40여개국에 달한다. 그렇지만 한국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주기적인 쌀 과잉생산으로 식량안보 인식이 매우 취약한 탓이다. 2020년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0.2%에 불과하고 그나마 쌀을 빼면 3∼4%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런 처참한 자급률 아래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둬야 할까.

오해나 편견을 담은 댓글은 이것 외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왜 농민에게만 정책자금 몰아주냐’ ‘새댁도 없는 농촌에 산부인과가 필요한가’ ‘선진국 농민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받으면서 우는소리 그만하라’…. 이런 댓글에는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표현이 섞여 있다. 혹독한 시장개방으로 멍든 농심에 대못을 박는 것과 다름없다.

댓글창은 공론장의 기능을 하지만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주장이 쌓이면 진실과 거짓이 뒤섞이면서 또 다른 오해와 편견을 불러올 수 있다. 덮어놓고 나만의 잣대로 판단하고 혼자 결론을 내리면 오해의 덫에 갇히기 십상이다. 국민이 공감하는 농업·농촌의 모습을 만들기 위한 농업계의 혁신과 함께 농업의 가치와 중요성에 국민의 더욱 많은 관심과 이해가 절실하다.

김상영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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