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여름, 강원 춘천 북산면에 있는 한 마을에서 2박3일간 머문 적이 있다. ‘지역사회 보건실습’이란 대학원 과목의 필수 과정인 농촌마을 현장설문 때문이었다. 소양강댐으로 인해 춘천행 도로가 수몰된 그곳은 하루 두번, 배로만 오갈 수 있는 ‘육지 속 섬’ 같았다. 저녁에 뉴스라도 볼까 싶어 TV 채널을 돌렸더니 KBS2도 MBC도 쉽사리 나오질 않았다.
이튿날 마을 한 농가 문틈에 꽂힌 신문에 시선이 멈췄다. <농민신문>이었다. TV도 라디오도 잘 잡히지 않았던 그곳에 세상 소식을 전해줄 최후의 매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사 입사를 목표로 했었기에 주저 없이 <농민신문>의 문을 두드렸고 오늘날까지 이곳에 몸담고 있다.
그동안 <농민신문>은 언론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농민의 험난한 길을 밝혀줄 횃불이 되겠다’는 창간 당시의 초심은 ‘농민과 함께 국민과 함께’로 변모해왔다. 이를 위해 농정·농촌사회 이슈부터 환경·먹거리·도시농업·건강·여행·금융 등의 뉴스로 일반 국민과의 접점을 넓혀왔다. 농업계 밖에서도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3회 수상 등으로 노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정보통신(IT) 강국’답게 농촌주민들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뉴스를 접한다. 종이신문과 공중파 방송이 세상을 호령하던 시대도 옛말. 십수년 전부터 대세는 디지털 뉴스로 기울었다. 특히 양대 포털인 네이버·카카오에서의 입지가 언론사 위상을 좌우하게 됐다.
<농민신문>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8년 네이버, 2010년 다음 뉴스 검색 서비스를 시작으로, 포털과 제휴를 확대해왔다. 그러나 남은 과제가 있었다. 바로 국내 3만5000여 정기간행물 가운데 100개 남짓에만 허용된 ‘뉴스콘텐츠 제휴매체’로의 도약이었다. 포털 뉴스 메인화면에 <농민신문> 뉴스가 실리는 것은 농업계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2016년부터 시작된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심사에 도전했다. ‘네이버 고시’란 우스갯소리는 빈말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굳이 애써야 하느냐’는 시선도 있던 게 사실이다.
답은 초심에 있었다. 우선 <농민신문>이 240만 농민과 970만 농촌지역 주민에게 지닌 의미를 각인시키고 언론윤리 준수, 사회공헌 등을 비롯한 활동의 가치를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6번에 걸친 도전 끝에 마침내 올 2월25일 국내 농업 관련 매체 가운데 처음으로 네이버·카카오 양대 포털의 뉴스콘텐츠 제휴매체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농업·농촌 이슈가 국민적인 화제가 되려면 농업계 입장을 내세우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모든 국민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유익하고 가치 있는 콘텐츠 생산이 급선무다. 또한 도시와 농촌 사이의 디지털 격차를 극복하고 갈수록 심화하는 양극화에 맞설 대책도 내놔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행히 12일 네이버 뉴스판 입성 이후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농촌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파크골프, 전국 우리밀빵집 순례 가이드, MZ세대를 열광시킨 전통소주 ‘원소주’ 등의 먹거리·생활 기사로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농업·농촌 이슈를 알기 쉽게 풀어주는 ‘맛있는 뉴스 한상’과 ‘쏙쏙 그래픽’ 등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농민신문>은 농업 관련 언론 가운데 ‘최초’로 디지털뉴스 생태계에서 자리매김했다는 데 안주하지 않고 항상 독자의 성원과 질책에 귀를 기울이며 멈추지 않고 전진할 것이다.
류수연 (디지털뉴스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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