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우리 동네에선 ‘오징어 달구지’라 했는데.”
“선배, 전 처음 들어보는데요. 어릴 때 달고나는 해봤지만.”
“달고나라는 말은 안 썼고 우린 ‘오리떼기’라고 불렀지.”
언제부턴가 추억이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됐다. 가족이나 회사 동료와 대화를 나눌 때면 어떤 추억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3040세대나 5060세대,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에 출생한 세대)로 분류되기도 한다.
특히 요즘 많은 이의 추억을 소환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다. 넷플릭스에 공개된 한국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은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면서 한국 전통놀이에 대한 관심도 이끌어냈다.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딱지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놀이들이 드라마에 등장하면서 인기를 끈 것이다. 아니, 인기를 끈 정도가 아니라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해외 유명 쇼핑 사이트에서 달고나 만들기 키트가 판매되는가 하면, 세계 곳곳에서 외국인들이 딱지치기·구슬치기 같은 놀이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매체의 영향력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촌스럽고 고리타분해 보이던 것들을 순식간에 신선한 것으로 바꿔 전세계를 열광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 전통문화를 얼마나 하찮게 여겨왔던가. ‘전통’이라고 하면 역사책 속에서 잠자는 단어쯤으로 생각하는 이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한국 놀이문화에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세계 각국 언론은 “복잡하지 않고 규칙이 간단해서”라고 분석했다. 단순하면서도 창의적이어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또 전통놀이는 여럿이 함께 즐기는 공동체적 성격을 가진 것이 장점이다. 줄다리기처럼 여러명이 힘을 모아야 하는 놀이가 많은데, 함께 몸을 쓰는 이런 놀이들이 유행하면서 컴퓨터·스마트폰 게임에만 몰두하던 젊은층의 놀이문화까지 바뀌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말이 있다. <오징어 게임>이 가져온 우리 놀이에 대한 관심이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여러 기관에서 이를 활용한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농촌마을이 구심점이 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풍년을 기원하는 줄다리기처럼 전통놀이는 농경사회에서 유래한 것이 많다. 아직도 그런 문화가 남아 있는 농촌의 마을들이 우리 놀이를 되살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면 어떨까? 기존에도 전통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촌체험마을이 있지만, 최근 트렌드에 맞춰 좀더 적극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전파하는 것이다. 때마침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의 시행으로 여행과 야외활동이 확산하고 있으니 이 기회를 잘 살리면 농촌을 찾는 이도 늘어날 것이다.
또 농촌 고령층이 우리 문화의 전수자 역할을 한다면 어떨까? 어린 시절, 할아버지·할머니께 들은 이야기나 배운 놀이는 평생 잊히지 않는다. 최근 제주 서귀포의 한 경로당에서 1세대와 3세대가 전통놀이 등 프로그램을 함께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경로당과 어린이집·지역아동센터가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은 새로운 놀이를 배우고 노인들은 어린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전통놀이뿐 아니다. K푸드와 국악, 한복 등 우리 문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우리의 옛것들이 더이상 추억으로만 머물지 않도록 물이 들어올 때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한다. 또 아직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들을 꺼내 그 가치를 드러내야 한다. 그런 것들은 농촌에 더 많다. 농촌이 우리 문화의 전수관이 되고, 농촌 주민들이 우리 문화의 전수자가 되어 ‘K문화’를 주도해보자.
김봉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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