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뜬 이런 기사를 읽었다. ‘“이제 시골 계신 부모님은 어쩌죠?”…이틀에 한곳씩 사라지는 은행지점들’이란 제목의 기사였다. 전국 은행점포가 지난해말 6405개에서 올 상반기 6326개로 6개월간 79개나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골로 갈수록 은행점포를 쉽게 찾아볼 수 없고, 고령층 등이 시골에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금융업무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기사보다 더 눈에 들어온 건 이 기사나 다른 언론사의 비슷한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었다. ‘시골에는 농협이 다 있는데?’ ‘농협이 있어서 업무를 다 본다’ 등등. 시중은행의 점포수는 줄어들지만, 농촌엔 농협이 건재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사실 그렇다. 본지의 지방면을 살펴보면 당연한 사실이다. 시골 곳곳에서 농협은 금융서비스는 기본이고 그외에도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추석 같은 명절이면 찾는 이가 없어 더 외로운 소외계층에 쌀 한포대씩이라도 건넨다. 약소할지라도 거기에 담긴 마음은 결코 작지 않은 선물이다. 허리가 굽어 걷기 힘든 어르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농협은 잘 안다. 그래서 ‘실버카’라고 불리는 보행보조기를 나눠드린다. 앞으로도 이 보행보조기에 의지해 마실 다니는 어르신들은 늘어날 것이다. 농협이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적극 대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마스크는 방역 필수품으로 떠올랐다. 도시보다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려운 농촌에서 농협들이 너도나도 농민들에게 마스크 지원에 나선 이유다. 제조설비까지 갖춰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 지급하는 농협까지 등장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코로나19 시대의 신종 농협사업인 셈이다.
어디 그뿐이랴.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거의 끊기자 유독 올해 농촌 인력난이 심각했다. 당장 수확해야 할 마늘·양파 앞에서 농민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그렇게 동동 구르던 발을 멈춰 세운 게 농협이었다. 농협 직원들이 쉴 새 없이 일손돕기에 나섰고, 또 지방면엔 쉴 새 없이 관련 기사가 실렸다. 왜 한 농협 직원은 쉴 새 없는 일로 허리가 아픈데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주사까지 맞아가며 운동선수가 부상투혼을 불사르듯 일손돕기에 나섰겠는가. 농민에겐 손이 하나라도 더 절실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였다. 시간 다 됐다고 ‘땡!’ 하면 끝내는 게 아니라, 시간이 늦어져도 일을 마무리해야 일어서는 까닭도 농사짓는 농민의 심정을 헤아리고도 남아서였다.
농협은 또한 현실과도 발맞춘다. 오지마을 어르신들은 교통이 불편해 장 보러 나가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다. 해서 집에 있는 음식으로 대충 끼니 때우기가 일상이다. 그런데 어느 농협이 농산물과 생필품, 심지어 영농자재까지 트럭에 싣고 마을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행복마차’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농촌 현실이 어떻고,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실천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멀리 있는 자식보다 더 나은 효자’라고 표현한다면 과장일까? 지방면에 이 사례가 소개되자 다른 농협들의 견학이 이어진다니 시골생활이 나아질 어르신들이 늘어나리라고 기대된다.
온몸에 퍼져 있는 모세혈관은 인체 구석구석에 산소와 영양분 등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동맥이나 정맥에 비해 아주 가늘지만 없어선 안될 존재다. 농촌에선 농협이 그런 모세혈관 같다. 시골 구석구석에 퍼져 꼭 필요한 일을 하는 존재나 다름없다.
그러니 은행점포수가 줄어든다고 해도 걱정하지 마시라. 시골에 사는 부모님은 여전히 농협을 이용할 테고, 그런 부모님을 위해 농협은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필요한 일을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이어가고 있을 테니 말이다.
강영식 (전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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