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고향세, 첫해 농사에 성패 달렸다

입력 : 2022-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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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고향납세 성공을 위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랐습니다. 인력도 부족했고요. 이를 같이 고민해달라는 요구가 많았어요.”

올 하반기 일본에서 만난 고향납세 민간 플랫폼 업체 ‘사토후루’의 한 임원은 사업 초기 분위기를 이렇게 기억했다. 업체가 고향납세 플랫폼 사업으로 제도와 답례품을 홍보하기 시작한 해가 2014년. 일본 고향납세가 2008년에 시작했으니 시행 6년이 지난 시점에도 고향납세는 혼란을 겪었다는 의미다. 지난해 일본 고향납세 모금액이 8조원을 넘었지만 2014년에는 약 380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봐도 그렇다.

일본 사례를 보며 퍼뜩 떠오른 건 내년 1월1일 시행을 앞둔 한국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에 대한 우려다. 국내 고향세에는 기부를 제약하는 장애물이 일본 고향납세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당장 법적으로 국내 지자체는 향우회·동호회를 통한 고향세 기부 홍보를 할 수 없다. 일본 지자체가 도시지역 향우회를 주요 모금 경로로 꼽은 것과 상반된다. 일본은 개인의 연간 기부 한도가 없는데 우리는 500만원으로 제한되고 세액공제 범위도 훨씬 좁다. 고향세 제도·답례품을 소개하는 플랫폼을 정부가 독점해 기부의 재미와 흥행이 반감될 수 있단 염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건 일선 지자체의 기민한 대응이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손 놓고 있다가 연말에 초라한 모금 성적을 거두면 시행 첫해부터 고향세 동력이 꺼질 수 있다. 연초부터 다양한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모금을 위한 독창적인 시도를 하며 제도 개선 방안을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야 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일본 지자체 담당자 상당수는 제도 성공 요인으로 중앙정부와 개선점을 도출한 것을 꼽았다. 실제 일본에선 정부가 2015년부터 기부와 세액 환급 절차를 간소화한 ‘원스톱 특례제도’를 도입하고 세액공제 범위를 두배로 늘리며 고향납세가 상승 흐름을 탔다. 지자체 내부적으로도 기부자 민원을 반영해 품질 낮은 답례품은 과감히 제외하고 고향납세 전용 답례품을 개발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했다. 지난해 일본 1788개 지자체 가운데 모금 2위 실적을 거둔 미야자키현 미야코노조시의 고향납세 담당자는 “지금도 매일 시장이 모금 상황과 기부자들 반응을 확인한다”며 “피드백과 제도 개선이 성공 열쇠”라고 했다.

일본 고향납세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기에는 우리의 지방소멸 속도는 너무 빠르다. 시행착오를 압축적으로 흡수해 한국형 고향세를 조기에 안착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행 첫해에 기반을 제대로 닦아야 한다.

김해대 (정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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