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11월23일자 1면 ‘일상이 무너진 농촌…면인구 3000명대면 병원 사라져’ 기사는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몇몇 독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금의 도농간 혹은 지역간 극단적 격차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실제론 안타까움과 분노의 다른 표현이란 것을 잘 안다).
일부는 해당 기사에 언급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현재 미출간 상태다)를 어떻게 하면 입수할 수 있는지를 물어왔고, 기사에 인용한 두분의 전문가에게도 언론사·국회의원실 등지에서 자료 제공 요청이 쏟아졌다. 그러나 기사를 준비하면서 놀란 것은 정작 기자 본인이었다. 11월16일 국회 공청회 자리에서 프레젠테이션용 자료 2건을 봤을 때 충격이 지금도 가시지 않는다. 최근 10년간 인구감소 면(面)지역 612곳의 기초생활시설 변화를 나타낸 표가 그중 하나이고, 주민 생활서비스 공급이 소멸되는 인구 규모 그래프가 나머지 하나였다.
기본적으로 고령사회라 많을 것으로 여겼던 의원·약국이 없는 곳이 2020년 기준 각각 401곳(65.5%), 362곳(59.2%)이나 됐다. 10년 전보다 4.2%포인트, 2.8%포인트가 늘었다. 소매분야 시설은 감소폭이 더 컸다. 세탁소가 없는 곳이 13.7%→22.4%로, 목욕탕이 없는 곳은 13.2%→20.1%로, 음식점이 없는 곳은 14.1%→23.5%로 급증했다.
사회·경제 생활서비스 존립을 가르는 ‘인구 임계점’은 생생하다 못해 참담했다. 5885명이면 헬스장이 문을 닫고 4276명이면 공연장이 사라졌다. 3000명대로 내려오면 병원(3205명)·치과의원(3057명)·의원(2685명)·약국(2604명) 순으로 없어졌다. 현재 전국 1169곳 면지역 평균 인구는 대략 3000명. 상당수 면지역에선 이들 일상 생활서비스 시설은 더 이상 쉽게 만날 수 없는 특별한 곳이 되는 셈이다.
이번 조사는 인허가 자료를 분석해 마트 등 민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증감 여부를 파악했다. 공공시설 위주로 조사한 기존 정책 자료와 견줘 농촌 실태와 더 근접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 국회엔 ‘농촌지역 공동체 기반 경제·사회 서비스 활성화에 관한 법(농촌사회서비스법)’이란 긴 이름의 법안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농촌이 가진 여러 자산을 활용해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국 83곳 사회적농장·지역서비스공동체에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게 뼈대다.
지난 정부 말기에 지금 야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정권이 교체됐음에도 정부 의지가 달라지지 않은 채 추진되는 몇 안되는 법안 가운데 하나다. 무너진 농촌 일상을 되살리는 토대가 되길 소망해본다.
김소영 (정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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