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역시 <샤인머스캣> 포도의 인기는 뜨겁다. 그동안 껍질을 뱉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던 다른 포도와 달리 <샤인머스캣>은 껍질째 먹어도 부드럽고 당도가 높아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샤인머스캣> 열풍은 농가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9월 과일 관측을 보면 <샤인머스캣>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55.3% 늘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캠벨얼리>와 <거봉> 포도의 생산량은 각각 12.2%·9.4%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새로 <샤인머스캣>농사를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캠벨얼리> <거봉> 등 다른 품종의 포도에서 <샤인머스캣>으로 전환했다는 의미다.
생산량이 해마다 늘어나도 인기가 높으니 쉽게 사 먹을 수 없을 만큼 비싸다. 그럼에도 만족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비싼 값을 지불하겠다는 ‘가심비’ 열풍 속에서 <샤인머스캣>은 더욱더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인기가 오래 지속될 거라고 보지 않는다. 값이 좋으니 당도와 식감 등 품질은 고려하지 않고 산지에서 저품질 <샤인머스캣>을 조기출하하기 때문이다.
평년보다 2주 이상 빨랐던 올 추석은 조기출하된 <샤인머스캣>이 유독 많았다. <샤인머스캣>은 크게 시설·노지 재배로 나뉘는데 노지 <샤인머스캣>은 보통 9월말∼10월초부터 수확에 들어간다. 추석 대목이었던 8월말∼9월초에 출하할 수 있는 물량은 시설 <샤인머스캣>이 유일했지만, 산지에서 대목에 값을 잘 받기 위해 숙기가 차지도 않은 노지 <샤인머스캣>을 홍수처럼 쏟아냈다.
소비자 입맛은 정직했다. “비싼 돈을 주고 사 먹었는데 왜 단맛이 안 나느냐” “껍질이 두꺼워 뱉어야 하고 심지어 씨까지 씹히는데 이게 <샤인머스캣>이 맞느냐”라는 불평불만이 터져나왔다. 일찍 출하된 노지 <샤인머스캣>은 당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껍질이 두꺼워 알맹이와 분리되는 등 식감이 엉망이었다.
<샤인머스캣>은 ‘샤인(Shine·빛나다)’과 ‘머스캣(Muscat·청포도류)’이 합쳐진 말이다. ‘껍질이 빛나는 청포도’라는 의미를 갖지만 숙기가 차지 않으면, 껍질이 얇고 반짝 빛나는 완숙한 <샤인머스캣> 같은 모습을 띠지 않는다. 그래서 조기출하된 <샤인머스캣>은 진짜 <샤인머스캣>이라고 말할 수 없다.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계속해서 조기출하한다면 <샤인머스캣>은 머지않아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을 것이다. <샤인머스캣>의 미래가 정말 빛날지는 이제 농가와 산지유통인의 선택에 달렸다.
김성국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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