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지방소멸대응기금 실효성 가지려면

입력 : 2022-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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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8월말 기준 경남 의령군 인구수는 2만6206명. 경남 도내 시·군 가운데 인구수가 가장 적은 곳이다. 의령군 인구수는 2012년초 3만명이 무너진 이후 지난해까지 한해도 빠짐없이 매년 줄고 있다.

비단 의령군만의 일이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2021년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226곳 가운데 89곳을 인구감소지역, 18곳을 관심지역으로 고시했다. 우리나라 지자체 가운데 절반은 소멸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성, 올해부터 인구감소(관심)지역으로 분류된 지자체 107곳과 광역지자체 15곳 등 모두 122곳에 매년 1조원씩 10년간 지원한다. 국가적 과제인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대규모 재원이 투입된다는 점에선 기대감이 크지만, 실효성엔 여러가지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8월16일, 치열한 경쟁 끝에 지자체별 배분 금액이 결정됐다. 행안부는 지자체들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라 5단계로 등급을 나눠 금액에 차등을 뒀다. 인구감소지역의 경우 향후 2년간 등급에 따라 최소 112억원에서 최대 210억원의 지원금을 각각 받는 구조다. 일률적인 지원이 아니란 점에서 긍정적인 시도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발성 사업계획이나 지자체간 중복사업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각 지자체 사업계획서를 보면 상당수가 문화·관광 진흥 사업이고, 너 나 할 것 없이 ○○센터를 짓겠다는 식의 계획을 내세웠다. 당장의 지역 민원 해결용 ‘건물 세우기’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매년 투입되는 기금을 지역별·사업수별로 쪼개보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만큼의 규모가 안된다는 지자체들 하소연에도 공감이 간다. 이 때문에 기금의 파이를 키워 나눠줄 분배액을 늘리는 데 더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당장 더 중요한 것은 올해 첫발을 내딛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전시행정 예산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정부·지자체·전문가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사업추진 단계별 맞춤형 컨설팅과 성공사례 공유 시스템 구축을 통해 지자체가 긴 호흡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도록 돕고, 지자체는 지역사회 생활환경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고민을 통해 확실한 비전을 세워야 한다. 사업평가 방식도 각 지역의 연계·협력 등 다양한 노력까지 담을 수 있게 세심히 설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눈에 보이는 ‘일시적인’ 사람수 늘리기와 ‘치적용’ 건물 짓기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그 결과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을 것이다.

최상일 (전국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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