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난 악화될듯…생산량 1년새 18만t 줄었다

입력 : 2022-12-19 00:00

농진청, 올해 추정결과 발표

전체 451만t…쌀 9만t 감소

밀·보리는 나홀로 증가 ‘주목’

대북 지원 방안 수립 등 제기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에서 물을 댄 논이 드문드문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내년 북한 식량 상황에 관심이 모아진다.

농촌진흥청은 14일 ‘2022년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 추정 결과’를 내놨다. 농진청은 기상 여건, 병충해 발생, 비료 수급동향, 국내외 연구기관 작황 자료, 위성영상 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북한 식량작물 생산량을 매년 추정한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지난해초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을 마지막으로 현재 북한에 남아 있는 국제기구는 없다. 농진청 추정 결과는 몇 안되는 북한 식량 상황 가늠자로 평가된다.


◆451만t으로 전년 대비 18만t 감소=농진청은 올해 북한에서 생산한 식량작물이 모두 451만t이라고 추정했다. 2021년(469만t)과 견줘 18만t이 줄었다. 작물별로는 쌀과 옥수수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쌀은 207만t, 옥수수는 157만t이 생산된 것으로 보인다. 이어 감자·고구마 49만t, 밀·보리 18만t, 콩 18만t, 기타 잡곡 2만t 순이다.

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4.2%(9만t) 감소했다. 농진청은 벼 생식성장기인 7월에 온도가 낮고 일사량이 부족해 알곡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등숙 후기(9월)에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알곡이 끝까지 여물지 못한 것도 생산량 감소 요인으로 꼽았다.

옥수수·감자·고구마도 감소 대열에 올랐다. 옥수수는 지난해보다 1.3%(2만t), 감자·고구마는 14%(8만t) 줄었다. 이들 작목엔 봄가뭄이 직격탄이 된 것으로 보인다. 옥수수는 4∼5월 평년보다 강수량이 부족해 초기 생육이 늦어졌고, 감자 역시 덩이줄기가 형성되는 5월 가뭄 여파로 충분히 자라지 못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밀·보리다. 지난해와 견줘 12.5%(2만t) 증가했다. 불리한 기상 여건 속에서 나홀로 성장세를 보인 것은 재배면적이 워낙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농진청은 단수(단위면적당 생산량)는 줄었지만 재배면적이 30%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5차 회의에서 “인민에게 흰쌀과 밀가루를 보장함으로써 식생활을 문명(文明)하게 개선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겠다”면서 “농작물 배치를 대담하게 바꿔 벼농사와 밀·보리농사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가중되는 식량난…“두벌농사 확대 방침에 주목해야” 여론도=그렇다면 올해 북한 식량 사정은 어떨까. 농진청 추정치는 우선 북한 식량난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앞서 미국 농무부(USDA)는 9월15일 ‘세계 식량안보 평가 2022∼2032’ 보고서에서 올해 북한 식량 부족분이 연평균(80만t)보다 40만여t 많은 121만t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4% 가까운 생산 물량이 감소된 것은 더욱 나빠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더욱이 올겨울 강수 전망도 비관론을 키운다. WFP 태국 방콕지부는 16일 아시아·태평양 계절 보고서에서 “올 12월부터 내년 2월까지 북한 강우량이 평년보다 30∼40%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방글라데시, 부탄, 인도 북동부, 미얀마 등과 함께 북한을 ‘우려 지역’에 포함했다. 동계작물인 밀·보리 생산이 내년에 악화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북한이 꽤 선방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2016∼2017년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한층 강화됐고 2020년초부터는 코로나19로 북한 스스로 문을 걸어 잠궜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올봄 고온과 북한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등으로 농업 여건이 매우 어려웠음에도 이 정도 감소폭을 보인 것은 선방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명예선임연구위원은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 대규모 대북 식량공급 프로그램을 언급하는 등 대북 인도적 지원 필요성은 항상 존재한다”면서 “긴급구호·취약계층보호·경제개발 등 분야별로 질서 있는 대북 지원 방안을 수립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진청 추정치가 의외 방식으로 남북 농업교류 물꼬를 트게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주장도 있다. 이태헌 통일농수산사업단 상임대표는 “기본적으로 밀·보리 등 두벌농사(이모작)는 ‘비료’와 ‘기계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생산량이 단기적으로 늘기 힘들다”면서 “남한 지원 없이 밀·보리 생산량을 늘리려면 몇년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