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격리ㆍ타작물 재배지원 병행 효과 낮게 분석되자 사실상 개정 반대
민주당 “농경연, 타작물 재배면적 소극 추산…전제부터 잘못” 반박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16일 “쌀 시장격리 의무화와 논 타작물재배 지원을 병행하면 생산감축 효과가 저하돼 재정부담이 늘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며 “지속가능한 양곡정책을 위해 관련 법률 개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농연 성명은 1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효과 분석’ 자료가 공개된 데 따른 것이다. 농경연은 정부가 쌀 생산을 줄이기 위해 논 타작물재배를 추진하고 수요를 초과해 생산된 쌀은 의무적으로 시장격리하도록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현실화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를 분석했다. 앞서 9월 발표한 농경연 보고서가 논 타작물재배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시장격리 의무화 영향만을 분석했다는 이유로 타당성 논란이 일자 두 조치를 병행했을 때의 효과를 다시 검토해 발표한 것이다.
법 개정을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법적인 근거를 두고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을 시행하면 쌀 생산이 줄어 많은 격리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쌀수급 안정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농경연은 시장격리를 의무화한 조건에선 논 타작물재배를 병행 추진해도 2030년까지 연평균 43만t의 쌀이 초과생산되고, 2027년부터는 오히려 재정 소요액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의무 시장격리만 하면 2027년 재정소요를 1조1630억원으로 추산했으나 격리 의무화와 논 타작물재배를 동시에 추진하면 1조1872억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격차는 갈수록 벌어져 2030년엔 두 조치를 함께 취하면 예산이 시장격리만 할 때보다 600억원 이상 더 필요할 것으로 계상됐다.
한농연은 “법률 개정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논 타작물재배 지원으로 실제 시장격리가 발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농경연 자료에 따르면 시장격리 의무화와 논 타작물재배 지원을 병행할 때 재정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반면 쌀 가격지지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고도 쌀 가격이 하락한다면 예산운용의 효용성을 고려해 법률 개정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농연은 시장격리 의무화가 쌀 생산 증가와 공급과잉을 심화시킬 것으로 봤다. 구조적인 공급과잉 조건에서는 초과물량을 정부가 매입해도 쌀값이 지속해서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농가 입장에서 쌀 판로ㆍ가격에 대한 부담이 해소되면 타작물재배 유인이 크지 않아 쌀수급 불균형 해소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내비쳤다.
다른 품목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했다. 한농연은 “매년 평균적으로 쌀 수급관리에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는 1조303억원은 올해 농업예산(16조8767억원)의 6.1%에 달하는 규모”라면서 “쌀에 과도한 재정을 집중하면 다른 품목에 투자 축소로 이어져 품목간 갈등과 농업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3년 농업예산에 전략작물직불제와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그 효과를 면밀히 점검한 후 법률 개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 농해수위 의원들은 15일 보도자료에서 농경연 연구가 ▲논 타작물 전환면적을 매우 소극적으로 추산(1만5000∼2만8000㏊) ▲쌀 재배면적 감소에도 쌀 생산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전제 ▲타작물 전환 농가가 쌀 재배로 회귀할 것을 전제 ▲해외원조 확대 누락 등 전제조건이 잘못 설정됐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농경연이 양곡관리법 개정 취지를 또다시 왜곡했다”며 “농경연은 식량위기 시대, 식량자급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연구에 매진하라”고 촉구했다.
홍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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