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기반 정비 ‘게걸음’…“중앙정부가 사업 책임져야”

입력 : 2022-12-09 00:00

2020년 지방사무로 이양 후

예산 계속 줄어 추진력 저하

밭농업 기계화율 62% 불과

국민 먹거리 수요 충족 위해

관개 등 농사 편의성 제고를

 

농민신문 DB

국민이 원하는 농식품을 다양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밭농업 기반 강화가 중요하지만 관련 정비사업과 기계화는 게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밭기반 정비사업은 지방자치단체에 재량권을 준 뒤 추진력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나 중앙정부 책임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출한 ‘밭농업 기계화율 제고를 위한 농기계 임대사업 운영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2020년 지방사무로 이양한 밭농업 기반 정비의 사업량과 사업비가 모두 감소한 사실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앞으로도 지방정부에 의한 밭농업 기반 정비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중앙정부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밭기반 정비사업비는 2020년 717억5700만원에서 2021년 640억1100만원으로 77억원가량 축소됐다. 이 기간 사업면적은 5458㏊에서 5026㏊로 감소했다. 밭기반 정비는 앞서 정부가 지자체에 재량권을 넓혀주는 과정에서도 예산규모가 꾸준히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사업은 1994년 도입 당시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농특회계)를 통한 국가 주도 형태를 취했지만 2005년 지자체 중심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회계) 사업으로 전환했고 2010년엔 다시 광역·지역발전특별회계(광특회계) 포괄보조 방식으로 지원체계가 바뀌었다. 농특회계 시절 연평균 1326억원이었던 사업비는 균특회계 전환 뒤 1097억원, 광특회계 기간엔 943억원으로 낮아졌다. 지방사무로 전면 이양된 2020년부터는 재원을 넘겨받은 지자체가 사업 추진 여부를 정한다. 단체장 등의 판단에 따라 사업을 미루거나 추진하지 않을 수도 있는 셈이다.

보고서는 “안정화한 농산물 생산과 그를 위한 기반 정비를 지방정부의 선택지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 기초생계를 지지하는 농산물의 국내 생산과 이를 위한 기반 정비는 지방정부가 아닌 중앙정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흡한 밭기반 정비는 밭농업 기계화를 지체시키는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기반 정비가 완료된 논농업은 2020년 기준 기계화율이 98.6%에 달한다. 하지만 밭농업 기계화율은 평균 61.9%에 불과하고 파종·정식 단계는 12.2%에 그치고 있다. 농식품부가 2022년까지 밭농업 기계화율 목표를 75%로 세웠지만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농업계는 지속적인 경지면적 감소 추세에도 밭 면적이 거의 줄지 않는 현상이 농가소득이나 국민 식생활과 연관된 것으로 본다. 밭작물 소득이 쌀소득보다 높고 국민들의 다양한 먹거리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도 밭농업을 방치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은 “현재는 귀촌인 수요 등 다양한 배경에서 밭 면적이 유지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밭농업이 지속되려면 규모화·기계화가 필요하다”며 “밭기반 정비를 통해 기계화·관개 등 농사 편의성을 높여야 하고, 그래야 청년농 유입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강창용 더클라우드팜 소장은 “선출직 단체장은 유권자 관심이 높은 분야에 재정 투입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밭기반 정비 등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며 “국가 차원에서 농업을 중시한다면 밭 경사지 완화와 구획화 등 필요한 정비사업을 정부가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홍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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