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는 기술기업이다. 인터넷 도입 이전 신문사는 텍스트 생산과 인쇄분야에서 최고 기술기업이었다. 영상·통신 관련 기술은 방송사가 가장 앞섰다. 각종 인터넷 기술이 일상화된 현재도 뉴스는 여전히 언론사의 대표 상품이다. 하지만 뉴스의 생산·유통·소비 과정에 관여하는 기술 대부분은 언론사의 통제를 벗어난 지 오래다. 네이버·카카오·구글·메타·아마존 등 인터넷 기술기업이 언론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 따라 저널리즘에 대한 우려 또한 늘어나고 있다. 온전한 저널리즘은 뉴스와 기술의 융합으로 가능하다. 결국 언론산업의 성패는 언론사와 언론인의 기술 DNA(유전자) 복원에 달려 있다.
농업은 기술집약적 산업이다. 생존을 위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온 농업은 인류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초기 인류 기술의 대다수는 농업과 관련이 있었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각종 기계문명이 가장 앞서 발현된 분야 역시 농업이었다. 더 나아가 최근 인류의 미래산업으로 꼽히는 생명공학도 농업 기술의 대표적 산물이다. 농업은 인간 생명 유지의 근간이 되는 산업이기에 최신 기술이 먼저 투입되고 활용된다. 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로봇·블록체인 등을 대표 기술로 하는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이 주목하는 주요 분야 역시 농업이다.
이처럼 언론과 농업은 기술을 핵심 기반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농민신문>이 디지털 전환을 시작한다는 소식은 더욱 반갑다. 사실 <농민신문>이 우리 언론산업에서 차지하는 지위는 특별하다. 잘 알려져 있진 않으나 종이신문 관련 각종 조사에서 <농민신문>의 열독률, 발행 부수, 유료 부수 등은 놀랍게도 우리나라 5위 수준이다. <농민신문>은 네이버·다음(카카오) 뉴스서비스의 뉴스콘텐츠 제휴매체이기도 하다.
이제야 디지털 전환에 나선다는 사실에 대해 <농민신문>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디지털농민신문>이라는 시도는 다른 언론사의 본보기가 될 듯하다. <농민신문>의 독자, 즉 농민에게 소구할 수 있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개발하고 구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보인다. 독자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방증이다.
농업에 특화된 콘텐츠와 독자로 인해 얼핏 최신 기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오해를 살 수 있는 <농민신문>이다. 따라서 <디지털농민신문>이 우리 언론계에 주는 울림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전환을 준비하는 언론사에는 분발을 위한 자극이 됨과 동시에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것이다. 어쩌면 <디지털농민신문>으로 인해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고 있는 언론사는 반성과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디지털농민신문>의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경험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언론사에 디지털 독자 개발의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 장밋빛 미래를 전망한 많은 언론사의 디지털 전환 실험이 있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들 실험이 도달한 하나의 결론은 의미 있는 수준의 독자 관여도와 충성도 확보다. 이제 창간 60년을 바라보는 <농민신문>은 언론사로서 디지털 전환의 첫발을 뗀다. 다음 차례로 독자의 응원과 비판이 이어져야 한다. <디지털농민신문>을 계기로 우리 농업의 미래를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위근 (퍼블리시 최고연구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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