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한·일 전문가 대담…일본 성공비결 들어보니
사가현 개발 ‘지정기부제’ 눈길
시민사회조직, 지역 사업 발굴
응원하고 싶은 활동 선택 후원
플랫폼 통한 제도 홍보도 주효
독특한 아이디어가 답례품으로
기부한도 없고 기업 참여 가능

“일본 고향납세와 달리 한국은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입니다. ‘사랑’이 들어간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1일 사회적기업 공감만세는 국회에서 한·일 고향세 전문가 대담을 열었다. 고향세 도입까지 꼭 한달이 남은 시점에 일본 성공 사례를 되짚어보자는 취지였는데 일본도 한국 고향세에 관심이 있기는 매한가지였다.
좌담회엔 21대 전반기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으로서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고향세법)’ 제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중랑갑)과 일본 최대 고향납세 플랫폼 ‘후루사토초이스’ 운영업체 트러스트뱅크의 카와무라 켄이치 대표, 일본 내 고향납세 모범 지방자치단체로 손꼽히는 사가현의 이와나가 코조 현민환경부 부부장,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이사가 참여했다. 일본은 고향납세라는 다소 건조한 이름으로 어떻게 연간 8조원에 달하는 자발적 기부를 이끌어 지역부흥에 활용하는지 들어봤다.
― 내년 1월1일 한국에 고향세가 도입된다. 어떻게 보나.
▶서영교=한국에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모두가 고향에 그리움과 애정이 있다. 고향세는 고향에 기부하고 선물로 답례품도 받는 일석이조 제도다. 많은 사람이 자부심과 사랑을 담아 기부할 것으로 본다.
▶카와무라=일본 사례에 비춰보면 한국도 충분하다. 일본에선 연간 8300억엔(8조1000억원)이 고향납세로 들어온다. 이를 통해 지역산업 발전 효과가 나타난다. 지역 작은 산업이 고향납세를 활용한 프로젝트와 답례품을 통해 전국으로 알려졌다. 민간활동을 고향납세로 지원해 좋은 지역을 만드는 데도 기여한다. 일본에선 재해 지원에도 고향납세를 활용한다. 2020년 오키나와현에 슈리성이라는 주요 문화재가 화재로 소실됐는데 많은 사람이 기부해서 복원에 필요한 자금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다.
― 성공을 이끌어낸 비결이 궁금하다.
▶이와나가=핵심은 고향납세 활용 사업을 치밀하게 기획해 시민들에게 기부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사가현은 ‘지정기부제’를 개발해 일본 전역으로 확산한 지자체다. 비영리단체·자원봉사단체·자치회·부인회·노인회 등 시민사회조직(CSO)이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을 발굴해 지자체에 신청하면 우리는 절차를 거쳐 고향납세 CSO로 지정해준다. 그러면 시민들은 자신이 응원하고 싶은 CSO를 직접 골라 기부할 수 있다. 사업활동 보고나 답례품 제공도 지자체가 아니라 CSO가 직접 한다. 현재 사가현에서만 109개 CSO가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와카미 유대모임’은 교통여건이 낙후한 사가시 야마토초 카와카미지구에서 고령자를 위한 이송 지원, 자택 방문을 통한 안부 확인, 가사 지원을 고향납세로 하고 있다. 특히 이송 지원은 고령자 면허증 반납으로 이어져 교통사고도 줄이는 효과를 낸다.
▶서영교=전남 해남 북일초등학교 사례가 떠오른다. 땅끝마을 북일초는 얼마 전만 해도 폐교 문턱까지 갔다. 그런데 지자체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빈집을 리모델링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학생들을 모집하면서 지난해만 학생 54명이 들어오는 성과를 냈다. 이런 아이디어와 실천력에 고향세가 더해지면 우리 고향도 살아날 것 같다.
― 지역의 좋은 프로젝트를 어떻게 도시민에게 홍보했나.
▶카와무라=홍보에서 중요한 게 플랫폼 역할이다. 플랫폼은 도시민이 여러 지자체 프로젝트를 확인하고 쉽게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채널이다. 일본에는 고향납세 플랫폼이 34개나 된다. 그 가운데 최대 규모인 후루사토초이스에는 전국 1788개 지자체가 기금 사용처를 게재하고, 답례품도 37만품목을 올려놨다. 월간 페이지뷰는 2억건에 달한다. 고향납세 관련 정보를 일원화하고 신용카드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부 편의성을 높였으며 전국의 다양한 답례품을 한번에 볼 수 있도록 한 점 등이 주효했다.
▶고두환=일본 사례를 보면 민관 협력이 중요하다. 한국에선 정부 주도로 종합정보시스템을 운영해 기부금 납부와 답례품 정보 제공, 자동 세액공제 처리 등을 할 계획으로 안다. 하지만 모금 기획부터 기금 관리, 사업 실행, 결과 보고, 답례품 발송, 기부자 고객만족(CS)까지 행정이 다 처리할 수는 없다. 일본에서도 민관이 협력해 문제를 협의하고 대안을 준비한 곳이 우수한 결과를 냈다.
― 답례품이 고향세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나가=답례품을 지역 활성화와 기부 유도에 활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때 지역산일 것 등의 기준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카와무라=어디서나 받을 수 있는 답례품은 의미가 없다. 독특한 아이디어도 답례품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선 배구선수 스파이크를 받는 리시브권을 답례품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다만 고향납세에서 답례품은 부수적이다. 애초에 고향납세는 ‘멀리서 고향이나 어려운 지역을 돕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최근 일본에서 고향납세 성과를 높인 지정기부제 역시 핵심은 지자체 프로젝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기부를 유도한 것이다. 일본에선 답례품 없이도 고향납세가 모이는데 대표적으로 2020년 7월 규슈의 호우 재해 지원을 위해 380만엔(208건)이 모였다.
▶고두환=한국에서도 지자체가 해결할 문제를 선정하고 모금 필요성만 확보한다면 기부자는 큰 대가 없이도 기부할 것이다.
― 앞으로 과제는.
▶고두환=기부 한도가 없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연간 500만원까지로 정해져 있고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한도도 10만원(10만원 초과분은 16.5% 공제)이다. 이를 높이면 기부자 혜택이 늘어나 기부규모가 커질 것 같다.
▶이와나가=2021년 일본에선 지역과제 해결을 위해 기업판 고향납세인 ‘지방창생 응원세제’도 도입했다. 지자체가 시행하는 지방창생 사업에 기업이 기부하면 손금산입에 더해 법인주민세·법인사업세·법인세에 세액공제 우대조치를 적용해준다. 이를 통해 지역과제가 해결 실마리를 찾고 지역이 활성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서영교=향후에는 기부 한도 제한을 없애서 기부하고 싶은 만큼 기부하게 해야 한다. 다만 일본도 지금은 규모가 커졌지만 시작은 작았다. 우리도 내년부터 시작해 좋은 사례를 잘 알려나간다면 폭발적인 성장이 있을 것으로 본다. 고향세 활성화를 위해 민간이 할 수 있는 일을 제시해주면 ‘고향 사랑’이라는 제도 취지를 살리는 선에서 법적·정책적으로 보완하겠다. 일본에서 고향납세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 ‘원스톱 특례제도(확정신고 없이도 자동 공제를 받는 제도)’도 살펴보겠다.
양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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