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임 한달’ 정현출 한국농수산대학교 총장
학령인구 감소 영향 불가피
학교 우수성 적극 홍보계획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최선
“한국농수산대학교가 올해로 25살이 됐습니다. 설립 당시 농업계가 한마음으로 미래를 설계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2일 오후에 찾아간 정현출 한농대 총장 집무실은 어두웠다. 국가적인 에너지 절약 운동에 동참하는 것도 있지만 낮은 조명에서 일하면 마음이 편안하고 집중이 잘된다는 게 그의 얘기다. 조명과 달리 환한 그의 표정이 심경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 10월18일 취임 이후 한달이 갓 넘었다.
▶사실 한농대와 인연이 깊다.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 경영인력과장이었는데 당시 한국농수산대학 설치법이 시행되면서 교명이 종전 ‘한국농업대학’에서 ‘한국농수산대학’으로 바뀌고 소속도 농촌진흥청에서 농림수산식품부로 변경됐다. 대학 사무가 우리 과 소관 업무로 들어오면서 이관 작업을 맡았다. 그때 김양식·배종하 총장님과 학교 미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그때는 제가 이곳 총장으로 오리라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 취임사를 비행기에서 썼다고 들었다.
▶한덕수 국무총리께서 10월9∼17일 7박9일 일정으로 중남미를 순방하실 때 수행했다. 검역 이슈나 농산물 관련 현안이 거론될 수 있어 외교부 측에서 농림축산식품부 국제협력국장이 같이 가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경유지인 미국에서 18일자로 (한농대 총장으로) 발령이 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17일 밤에 도착하는 일정이었지만 피곤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비행기 안에서 취임사를 썼다. 덕분에 평소 학교 발전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들이 진솔하게 담겼다고 자부한다.
― 뭘 담았나.
▶한농대는 1990년대 중반 농산물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되면서 우리 농업에 불어닥칠 큰 변화와 예상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설립한 학교다. 당시 농업계 지도자들은 급격히 변화하는 무역환경이 한국 농업을 몰락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졌다. 국민의 기본적 식생활이 안정되려면 유능하고 창의적인 후계 농업인을 육성하는 게 급선무라는 의견이 모였다. 현장을 선도하는 정예 농민을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농대가 1997년에 출범한 배경이다. 총장으로서 농업계가 한마음으로 미래를 설계했던 한농대 설립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모든 학교 구성원에게 호소했다.
― 초심은 흔히 위기 때 나오는 말 아닌가.
▶현재 내년도 신입생 입학전형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한농대도 대부분 대학이 겪는 것처럼 학령인구 감소 영향을 받고 있다. 2023년도 모집 경쟁률은 2.62대1로 근래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심화할 것이다. 또한 한농대 특징이자 장점 가운데 하나가 전체 3학년 과정에서 2학년을 통째로 농어업 현장에 찾아가 장기현장실습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개교 당시부터 운영한 것인데 2017년 이후 정원이 급속히 늘면서 실습농장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또 몇몇 실습장은 사회 전반의 근로여건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 총장으로서 포부가 있다면.
▶농정 핵심과제인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를 위한 정예 인력을 육성하는 것을 중심축으로 한농대를 새롭게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청년농을 육성하는 요람인 학교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알릴 생각이다. 장기현장실습은 현장 근로경험을 충실히 쌓는 동시에 학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크게 개선하겠다.
학생·교직원 등에게도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겠다. 매주 화·목요일 오후 2∼3시엔 ‘오피스 아워(Office Hour)’를 운영해 학교 구성원 누구나 집무실을 찾아올 수 있게 했다. 그 첫 시간이 바로 오늘(22일) 인터뷰 직전에 있었다. ‘부족한 일손으로 주 7일 하루 세끼를 준비하느라 너무나 고단하다’는 식당 조리원, ‘학교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고 당차게 묻는 1학년 학생, 재학 중에 결혼해 이제 졸업을 앞둔 나이 지긋한 학생 등이 찾아왔다. 개선할 점은 고치고 설득이 필요한 부분은 이해를 구하겠다.
전주=김소영 기자, 사진=김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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