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책 읽다보면 버스가 금방 와요”

입력 : 2022-12-14 00:00

[화제] 거제 망치마을 정류소안 작은도서관

의자에 난방 열선 깔려 ‘따뜻’

주민들 즐겨 찾으며 담소 나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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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 일운면 망치마을 주민들이 새롭게 탈바꿈한 버스정류소에서 책을 보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경남 거제시 일운면 망치(望峙)마을 주민들은 요즘 마을 버스정류소에 들르는 것이 즐겁기만 하다. 버스를 탈 일이 없어도 이곳에 가면 책을 보거나 이웃과 담소를 나눌 수 있어서다.

정류소 의자에는 난방 열선이 깔려 언 몸을 따뜻하게 녹일 수도 있고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덕에 한밤중에도 대낮처럼 이용할 수 있다. 다른 지역으로 외출에 나선 사람은 휴식을 취하며 버스를 기다리면 된다. 장명성 망치마을 새마을지도자는 “비가 오거나 바람 부는 날에도 항상 개방돼 있다”며 “주민들은 이곳을 ‘책 읽는 정류소’ ‘망치마을 작은 도서관’이라고 부르며 즐겨 찾는다”고 소개했다.

망치마을에 이런 시설이 들어선 것은 2일이다. 123가구가 밭작물을 재배하고 어업에 나서며 관광객을 대상으로 민박과 펜션 등을 운영하는 망치마을은 ‘반농반어’ 지역이다. 마을로 농어촌버스가 들어오지만 한시간에 한대(야간에는 세시간에 한대) 정도다. 주민들은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해 유익하게 보낼 방안을 찾느라 고심했다고 한다. 더구나 마을은 유명 관광지인 망치몽돌해변을 끼고 있어 외지인이 자주 찾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외지인과 주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시설을 궁리하다 버스정류소를 새롭게 정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주민들은 마을 기금을 활용해 몽돌해변 진입로 중앙에 있는 버스정류소 컨테이너를 10m가량 옆으로 옮기고 바람막이용 창문을 새로 달았다.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 장치를 달아 난방과 조명에 필요한 전기를 공급받고 있다. 정류소 안엔 각종 도서를 비치했다. 김영철 마을 총무는 “며칠 전 마을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버스를 기다리다 비치된 책 등을 보고 감동을 받아 ‘원더풀’을 외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현재 정류소 도서 비치대엔 건강·관광·음식 관련 단행본과 지역을 소개하는 홍보지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갖고 있던 책을 앞다퉈 내와 점점 수가 늘어나고 있다. 김해진 망치마을 이장은 “조만간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대형 모니터를 들여놓고 여름이 오기 전에 냉방 장치도 갖춰 더욱 편안한 휴식처로 만들 생각”이라며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관심을 가져준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거제=김광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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