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과잉해소 ‘논 타작물재배지원’, “밭작물 풍선효과 방지책 급선무”

입력 : 2022-12-09 00:00

벼농가들 정부 보조금 받고

감자 등으로 대거 전환 가능

기존 주산지 타격받지 않게

정부 가격 안정책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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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는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밭작물 주산지 농민들이 적지 않다. 1일 강원 정선군 임계면 도전1리에서 감자농사를 짓는 배창주씨가 내년에 심을 씨감자를 살펴보며 고민에 빠져 있다.

“쌀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서 갑자기 논에 밭작물을 심길 권유하며 보조금을 주면 기존 밭농가들이 고스란히 안게 될 피해는 대체 누가 책임지나요.”

내년부터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쌀 생산조정제)이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본지 11월7일자 1면 보도) 밭작물 주산지 농민들로부터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쌀농가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밭농사로 작목 전환을 대거 시도하면 자연스럽게 밭작물 과잉생산이 초래돼 가격폭락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게 현장 얘기다.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은 논에 벼 이외의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에게 일정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으로, 정부가 2003∼2005년, 2018∼2020년 추진한 바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11월에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를 가동해 전략작물직불제와 별도로 754억원 규모의 논 타작물재배 지원사업 예산을 신규로 반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논에 하계조사료를 심으면 1㏊당 500만원, 옥수수·감자·고구마·들깨·참깨 등 밭작물을 재배하면 1㏊당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사업 윤곽이 드러났다.

이를 두고 밭작물 산지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주한 강원 평창 진부농협 조합장은 “감자 주산지 농협 입장에서 볼 때 보조금이 1㏊당 200만원이면 3.3㎡(1평)당 670원꼴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밭작물로 전환을 유인하는 것이 충분해 보인다”며 “제도 시행으로 쌀 생산이 줄어드는 대신 밭작물 재배면적이 늘어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해 밭농가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선에서 7.6㏊(2만3000평) 규모로 감자농사를 짓는 배창주씨(53·임계면 도전1리)도 “보통 옥수수나 감자 같은 작물은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특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시장에 물량이 조금만 늘어나도 가격이 금세 출렁일 수 있어 상당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강릉의 밭농가 김시갑씨(70·왕산면 대기리)도 “벼 대신 국내 자급률이 낮은 하계조사료를 심으면 보조금을 지원해도 괜찮지만 일부 밭작물에도 보조금을 지원하는 건 결국 일시적인 특정 품목 쏠림현상을 초래해 수급불균형이란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랭지 지역은 그나마 재배작물 변동성이 크지 않겠지만 평야지가 많은 아랫지방에선 쌀 생산조정제에 맞춰 농가 상당수가 감자·옥수수 등으로 작목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존 밭작물 주산지가 타격받지 않도록 정부의 가격안정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함원호 평창 대관령농협 조합장은 “최근 몇년간 농산물값이 좋지 않아 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며 “정부는 만성적인 쌀 초과생산 구조를 해소하려는 쌀값 안정대책 요구에만 기민하게 반응하지 말고 밭작물 과잉생산 가능성을 감안해 가격안정 대책도 같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창·정선·강릉=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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