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보고]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로 비료값 껑충...유럽 농업계도 고통 지속
2020년보다 3배 이상 올라
즉각적 관세철폐 필요 주장
비료 구매시점 결정도 걱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유럽 농업계가 생산비용 급등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질소계 비료가격 상승이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질소계 비료의 중요한 원료인 암모니아를 제조하는 데 러시아산 가스를 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유럽농민·농협연합(Copa-Cogeca·코파코제카)이 최근 주최한 비료가격 상승과 관련한 현장설명회에서 벨기에 왈롱지역의 농민 도미니크 르브룅씨는 “2020년 6월 1t당 205유로였던 질산암모늄 비료(CAN)가 올 5월에는 640유로로 올랐다”며 “이마저도 인도일 6개월 전에 대량으로 구매하지 않으면 1t당 1000유로를 넘어설 것”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지 농민들은 어떤 대안을 요구하고 있을까? 현장에 참석한 프랑스 곡물생산자협회(AGPB) 관계자는 즉각적인 관세 철폐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은 비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벨라루스·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하는 양이 전체 비료 수입량의 43%(2018∼2020년 평균)를 차지한다. 게다가 유럽 비료시장은 일반관세와 반덤핑관세로 경쟁이 제한돼 있다. 소수 대형 비료업체가 관세장벽을 이용해 과도한 보호를 받고 있고, 이를 이용해 업체들이 과한 이익을 붙여 판매한다는 불만이 농민들 사이에서 나온다.
실제로 2021년초만 해도 유럽과 미국의 비료가격 차이가 1t당 50유로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200유로까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질소비료에 관세를 철폐해 비료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게 유럽 농업계의 주장이다.
중기적인 대안으로는 가축분뇨를 가스화해 생산한 물질인 ‘리누어(RENURE·REcovered Nitrogen from manURE)’를 화학비료에 준하는 비료로 인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젖소 100마리를 키우는 농장에서 나오는 분뇨로 50t의 질산암모늄 비료에 해당하는 리누어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시스템은 리누어 외에도 축사깔개, 소화물비료, 전기까지 생산할 수 있어 순환경제라는 관점에서도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현재 질소로 생기는 오염을 막고자 천연비료 사용량이 1㏊당 연간 최대 170㎏으로 제한돼 있어 화학비료를 대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리누어 생산시스템에 투자하는 비용은 7∼10년이면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사용량을 규제하는 기준이 개정되지 않으면 시설투자에 대한 유인이 떨어져 도입 시기가 지연될 전망이다.
당장 2023년 봄부터 사용할 비료 구매시점을 결정하는 일도 농민들에게는 걱정거리다.
현재 가격으로 구매했다가 몇달 후 가격이 큰 폭으로 내리면 손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년 수확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료 구매를 마냥 늦출 수도 없다. 현재 대부분의 농가가 비료 구매를 미루고 있는데 일시에 비료를 구매한다면 항만에서 처리 가능한 물량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질산암모늄은 폭발 위험이 있어 물류대란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농민과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당장 비료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기를 기다리고 있다.
브뤼셀(벨기에)=이종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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