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사육 감축 반대하는 BBB당 약진

반정부·중도우파 성향 지지자 확산중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내 가축 사육마릿수를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농민들의 시위가 격화한 네덜란드에서 친농업 정당이 인기를 얻고 있다. 급격한 정책 추진에 의한 반발로 보이나 이같은 친농업 정당의 추세가 세계적으로 퍼질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네덜란드의 중도우파 친농업 성향의 보어버거비베깅(BBB·BoerBurgerBeweging) 정당의 약진을 최근 보도했다.

BBB는 내년 3월 예정된 네덜란드 상원 지방선거에서 12개 주 모두에서 300명 이상의 후보를 내기로 했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네덜란드 17개 주요 정당 가운데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높다. 특히, BBB의 인기는 네덜란드 정부가 2030년까지 질소 배출량을 50％까지 감축하기 위해 가축 사육마릿수를 줄일 것을 결정한 이후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것과 궤를 같이해 상승하고 있다.

<가디언>은 이같은 친농업 정당의 급격한 부상이 다른 곳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권력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평범한 사람들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매력이 농업분야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다국적 조사·컨설팅 회사인 입소스의 선임 연구원 샌더 뉴커크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BBB가 반정부 성향의 유권자뿐만 아니라 기존 중도우파 정당의 지지도 얻었다”며 “특히 질소 배출 등 기후변화 문제가 불거진 순간부터는 정당 자체가 실제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대안 정당이 떠오른 데는 네덜란드 정치가 위기라는 대중적 공감대도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공영방송인 NOS가 의뢰한 또다른 입소스 조사에 따르면 네덜란드 국민들의 자국 정치에 대한 만족도는 최근 몇년 사이 최저다. 응답자의 77％가 ‘네덜란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의견을 보였고, 14％만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BBB의 당대표인 캐롤라인 반 데르 플라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BBB는 내년 3월 75석 네덜란드 상원에서 8석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며, 그로닝·질랜드 등 7개 지역에선 최다 득표율을 얻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네덜란드에서 농업은 질소 배출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네덜란드 정부가 질소 감축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제안한 계획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선 1만1200개의 농장이 문을 닫아야 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연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