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불법 동물용의약품, 국산 축산물 안전 저해”

입력 : 2022-12-16 00:00

[잠깐] 최종영 신임 한국돼지수의사회장

항생·항균제 과용 쉬운 구조 

무분별 처방·관납 근절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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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동물용의약품 판매는 국내산 축산물 안전성을 저해하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 전체에게 돌아갑니다.”

11월 열린 한국돼지수의사회 임시총회에서 제2대 회장으로 선출된 최종영 도담동물병원장은 농장주가 수의사를 거치지 않고 항생제 등 약품을 주문해 마음껏 투여하는 관행을 근절하지 않는 한 안전한 축산물 생산은 요원하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도드람양돈농협을 시작으로 25년 가까이 경력을 쌓은 양돈수의사다. 지난해 3월 출범한 대한수의사회 농장동물진료권쟁취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농장동물 불법진료와 불법 약품 판매 행위 등을 고발하고 시정조치를 요구해왔다. 내년 1월에 신임 돼지수의사회장으로 2년 임기를 시작한다.

국내엔 사람과 동물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동물용의약품을 수의사가 직접 진료하고 처방해야 구매할 수 있는 ‘수의사처방제’가 2013년 도입됐다. 축산물에 잔류해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동물약품 오남용을 막아 항생제 내성균이 인체에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다. 2020년 11월엔 마취제, 호르몬제, 항생·항균제 등으로 대상 성분이 추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동물용의약품 도매상이 수의사 면허를 빌려 개설·운영하는 일명 ‘사무장 동물병원’에서 진료 없이 처방전을 발급하고 수의사나 약사가 아닌 종업원이 약품을 판매하는 행위가 빈발하는 현실이라는 게 최 원장의 주장이다. 실제 농장동물특위는 지난해 전북 김제에서 소 임상 수의사가 진료 없이 전북 각지 가금농장에 처방전을 발행한 사례를 고발해 면허정지 1개월과 과태료 부과 조치 등을 이끌어냈다. 올 1월에만 서울·경기지역에서 불법 처방전 발행, 사무장 동물병원 개설과 그에 따른 불법 의약품 판매 혐의를 6건이나 포착했다.

최 원장은 “한명의 수의사가 하루에 여러 시·군에서 전자처방전을 수십건 이상 발행했다면 당연히 면허 대여나 직접적인 진료 없이 불법 처방한 것이 의심되지만, 정황이 있어도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실질적으로 단속에 나서지 않아 처벌 사례가 미미하니 지속적인 불법영업을 묵인하는 꼴”이라며 비판했다.

동물용의약품 관납 관행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자체가 농가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일괄적으로 약품을 구입·배포해 약물 오남용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 혈세 낭비를 자행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전남도가 돼지부종병 대책이라는 명목으로 전혀 필요하지 않은 농장까지 백신을 공급한 사례가 있다”면서 “농장을 전담하는 수의사 의견은 반영하지도 않고 무분별하게 약품을 공급하니 오히려 폐기 방안이 골칫거리인 세금 낭비”라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불법 동물약품 유통과 관납 관행으로 농장주가 항생·항균제를 과다 사용하기 쉬운 구조가 지속된다면 국내산 축산물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을뿐더러 외국산에 견줘 국산 프리미엄을 누리기도 힘들 것”이라면서 “그릇된 구조를 뿌리 뽑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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