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값 하락땐 팰릿 하차거래 농가 감당안돼”

입력 : 2022-12-14 00:00

시간·인력 추가소요 비용 발생

가락시장 출하자 “지원 늘려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전남 해남 산이농협은 최근 배추 하차거래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출하자들은 하차거래가 시행될 경우 팰릿 임차비, 비닐 작업비 등 비용이 추가돼 농가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배추값이 폭락한 가운데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내년도 도입을 추진 중인 가락시장 배추 하차거래에 대한 출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사는 최근 전남 해남 산이농협을 대상으로 팰릿 적재작업 등이 가능한지를 점검하는 배추 하차거래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배추 하차거래가 가락시장에 도입되면 출하자들은 망 또는 상자에 배추를 담은 뒤 팰릿에 적재해 출하해야 한다. 시범사업 결과 출하에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산지 작업 여건에 따라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일현 산이농협 상무는 “농협 저장창고나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등 넓은 공터가 있는 공간에선 팰릿에 배추를 적재하는 작업이 어렵지 않았다”며 “하지만 밭은 지게차를 운행할 수 있는 공간이 좁고 경사가 있어 바로 출하하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작업시간이 길어져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 상무는 “근로자들이 팰릿 적재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 배추가 무너지지 않도록 비닐로 둘러싸는 작업도 추가돼 작업 효율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시범사업을 참관한 산지유통인 등 출하자들은 하차거래로 인한 추가 비용 발생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팰릿작업에 1∼2명의 인력이 더 들고, 비닐 등 자재비용과 적재량 감소에 따른 추가 물류비용까지 감안하면 5t 차량 1대당 최소 100만원 이상 비용이 추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공사는 하차거래를 시행하면 한시적으로 팰릿 1개당 3000원(망포장 기준)을 지원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와 같이 배추값이 낮은 상황에서 하차거래가 시행될 경우 출하자 피해가 커질 수 있어 비용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2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배추는 10㎏ 상품 한망당 평균 4651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 11월(7908원)보다 41.1%, 평년 11월(5660원)보다 17.8% 낮은 값이다.

한국신선채소협동조합(조합장 정만기)이 추산한 결과 재배면적 991㎡(300평) 기준 올 겨울배추 생산원가는 10㎏ 한망당 평균 6435원이었다.

정만기 조합장은 “공사의 필요에 의해 하차거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출하자에게 전가하면 안되지 않겠느냐”며 “대책 마련 없이 무리하게 하차거래를 추진할 경우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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