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농산물의 화려한 변신] B급 농산물 소비해 A급 가치 만든다

입력 : 2021-11-10 15:04 수정 : 2021-11-11 13:21

농가를 살리고 환경오염도 줄이자는 윤리적 소비와 맞물리면서 못난이 농산물 소비가 느는 추세다.

흠과 등 B급 농산물의 가격은 정상 농산물보다 20~60% 저렴해 가치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환영받는다.

못난이 농산물의 상품화 필요성과 국내외 현황을 짚어봤다. 

 

이진랑 사진 농민신문사 DB

품질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비대칭과 흠집 등 겉모습이불량해 등급 판정을 받지 못하는 농산물인 일명 ‘못난이농산물’에 관심이 높다. 못난이 농산물 문제는 농가 입장에서 골칫거리다. 정상적으로 수확해 맛에는 문제가 없으나 규격이 고르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은 비규격품으로 구분돼 시중 판매가 힘들기 때문이다. 형태나 색·신선도, 숙도나 선별 상태 등 품질 구분의 기준에 미달하는 비규격품에 ‘등급 외’라는 딱지가 붙는데, 이로 인해 버려지는 양이 상당하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128개 산지 농협을 조사한 결과 수확량의 평균 11.8%가등급 외였다. 이는 농협 선별 과정에서 나온 양으로, 농민이 아예 산지에서 폐기하는 것까지 따지면 실제로 버려지는 양은 더욱 많다.


또 장마철이나 태풍이 찾아오면 비바람으로 과일이 바닥에 떨어져 가공용으로 팔리거나 아예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지는 농산물은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끼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 따르면 농산물이 매립돼 썩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인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효과가 약 21배 강력하다. 농산물이 썩으며 나오는 폐수는 주변 토양도 오염시킨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해마다 상품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전 세계 음식 생산량의 3분의 1 수준인 13억t에 달한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2019년 한국에서 하루에 발생한 생활 폐기물 5만 8000t 가운데 약 28%인 1만 6000t이 음식물 쓰레기라고 집계했다. 주목할 점은 이 중 65%가 먹기도 전에 생산·유통 ?정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비품 농산물 폐기로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이 심각하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해외에서는 ‘푸드 리퍼브’ 운동이 확산 중이다. 푸드 리퍼브(Food Refurb)는 음식을 뜻하는 푸드(food)와 재공급품이란 뜻의 리퍼비시드(refurbished)의 약자를 합한 것이다. 쉽게 말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을 식품 혹은 요리에 적극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푸드 리퍼브 운동은 2014년 프랑스의 슈퍼마켓 체인 ‘엥테르마르셰(Intermarche)’에 ‘못생긴 당근? 수프에 들어가면 상관없잖아?’라는 문구와 함께 폐기 위기에 있던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면서 주목받았다. 해마다 1000만t에 달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자 시작한 이 캠페인이 큰 호응을 얻으며 유럽 전역과 북미 지역으로 확산됐다.


[못난이 농산물 긍정적 인식…재구매 의사 96%]

국내에서도 환경과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힘입어 못난이 농산물 소비에 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2000명을 대상(온라인 설문조사, 2020년 11월 23~27일)으로 못난이 농산물 구매 실태와 인식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소비자는 못난이 농산물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소비자가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하는 곳은 주로 대형 마트(42.3%)와 재래시장(32.7%), 온라인 구매(28.8%) 순이었으며, 주로 구입하는 못난이 농산물 종류는 과일(72.7%)·서류(51.7%)·채소(39.8%)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한 이유는 값이 일반 농산물보다 저렴해서(46.4%), 품질에 큰 차이가 없어서(28.4%), 즙·주스 등 외관이 중요하지 않은 요리를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14.2%) 등이었다.


소비자의 전반적인 만족도는 평균 3.71점(5점 만점)으로 못난이 농산물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했다. 항목별로는 맛·식감(3.95점)과 가격(3.64점)에 만족도가 높았던 반면, 접근성(3.25점)과 외관(3.14점)에 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한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95.5%는 재구매 의사가 있다고 응답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눈여겨볼 점은 구매 경험이 없는 소비자 중 못난이 농산물을 모르고 있던 집단(225명)에 못난이 농산물 정보를 제공한 결과 65.3%(147명)는 구매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농산물 유통 마케팅 전문가 김대수 씨(아이콘마케팅연구소 대표)는 “못난이 농산물의 소?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인 홍보와 유통채널 확대 등 구매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합리적 소비·기술 발달·유통 변화 ‘3박자’]

 

못난이 농산물은 유통 전 영역으로 확산 중이다. 최근에는 대형 마트와 재래시장, 온라인 플랫폼뿐 아니라 농산물 정기구독 서비스와 크라우드 펀딩까지 진출하며 소비가 늘고 있다.


‘못생겨서’ 혹은 ‘흠이 있어서’ 상품성이 없다고 여겨지던 농산물이 대형 마트 판매대에 당당히 오르고 있다. 그동안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던 대형 마트의 B급 과일 행사에서도 소비자 호응이 뜨얰워 조기 소진될 정도다. 못난이 과일은 시중가보다 30~50% 저렴할 뿐 아니라 맛과 영양 차이도 없어 인기를 끈다. 소위 ‘때깔’ 좋은 상품보다는 ‘맛과 가격’에 집중하는 합리적인 소비가 늘면서 B급 과일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한 농산물 유통 전문가는 과거에는 버려지거나 동물 사료 등으로 썼던 B급 과일이 수확 후 관리기술 발달로 유통할 수 있을 정도의 상품으로 거듭난 점도 B급 과일 시장이 크는 이유라고 말한다.


이미 4~5년 전부터 못난이 농산물을 유통하는 전용 플랫폼이 생겨났다. 못난이 농산물 생산 농가와 식품 가공업체를 직접 연결해주는 ‘파머스페이스’가 운영 중인 못난이 농산물 전용 도매관 ‘어떤 못난이’, 주스·샐러드·디저트 등 용도에 맞춰 못난이 농산물을 실속 있게 쇼핑할 수 있는 ‘프레시어글리’ 등이 있다. 부산의 사회적기업 파머스페이스와 못난이 농산물을 유통·가공하는 ‘지구인컴퍼니’는 못난이 농산물로 틈새시장을 개척해 성공한 사례다. 서호정 파머스페이스 대표는 농가는 버리는 B급 과일과 채소로 소득을 올릴 수 있고,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먹거리를 구할 수 있도록 다리가 되자는 생각에 못난이 농산물 유통사업을 시?했다. 지구인컴퍼니는 B급 농산물에 부가가치를 더해 판매한다. 원물도 팔지만, 못난이 농산물로 만든 즙·파우더·피클·잼 등 가공식품도 개발해 판다.


[“폐기 주원인인 높은 품질기준 완화” 목소리도]

 

 

 

 

못난이 농산물 시장은 생산 농가와 유통업체가 개척하기에 따라서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요즘에는 농가가 직접 나서서 등외품으로 헐값에 팔리던 못난이 과일이나 농산물을 온라인으로 직거래하거나 아예 가공 상품화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북 청송의 털보네 사과농장과 정담아농원, 영주의 영주마실푸드엔헬스 등 사과 주?지의 농가는 공판장에 헐값에 내던 흠과 등 등외품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한다.


못난이 사과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직거래하는 남성호 씨(농업회사법인 털보네 대표)는 “멍들고 상해서 맛과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판매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흠과는 껍질에 약간의 흠집이 있거나 색과 모양은 조금 예쁘지 않아도 맛과 당도는 전혀 차이 없고 판매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못난이 사과를 자체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김미숙 영주마실푸드엔헬스 대표는 “직접 농사지은 것뿐 아니라 지역 농가에서 못난이 사과를 수매해 크기? 작은 것은 ‘한입 사과’로, 흠집 사과는 ‘가정용’으로 판매한다”면서 “비품 사과를 즙과 칩으로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지역 농가의 소득에도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장에서 천덕꾸러기 취급받던 못난이 농산물이 폐기되지 않고 소비가 느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못난이 농산물 유통이 늘면 농가는 부가 수익이 늘고, 소비자는 합리적인 소비로 가계비를 절약하며,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까지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못난이 농산물이 너무 많이 소비되면 농산물 전체 가격 하락을 부를 수 훀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농산물을 폐기하는 주요 원인인 엄격한 품질관리 규제와 유통시장의 높은 품질기준(등급)을 완화함으로써 농산물 비규격품을 줄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못난이 농산물이 농가와 소비자 모두 상생하는 가치 소비 상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품목마다 세심한 선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들린다. 앞으로 생산 농가와 농식품 가공업체 그리고 소비자와 관계기관의 관심과 더불어 못난이 농산물 활용 방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 <디지털농업> 2021년 11월호 34 페이지에 실린 기사입니다. 

 

* 테스트용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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